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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집에서 보내면서 오버더톱(OTT) 서비스로 ‘프리즌 브레이크’를 정주행했다. 2005년 방송 당시 국내에서 큰 화제몰이를 했음에도 내가 이 드라마를 패싱했던 것은 휴식을 긴장으로 대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옥이라는 소재는 너무 자극적이다.
늦게나마 다시 보기로 한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결말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호필(스코필드) 역을 맡은 웬트워스 밀러의 매력에 힘입어 무사히 시즌1의 22편 시청을 마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탈주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 살인 누명을 쓰고 전기의자에 앉게 된 링컨이나 그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간 동생 석호필을 제외한 8명의 죄수에게 탈옥은 무의미하다.
수명을 깎아 먹을 만큼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겨야 하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일부는 그 안에서도 약자들 ‘삥’을 뜯으며 충분히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굳이 이 풍진 세상으로 나올 이유가 무엇인가.
1980년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저서 ‘천 개의 고원’에서 ‘기계’ ‘배치’ ‘차이’ ‘탈주’ 개념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개체를 ‘기계’로 명명했다. 기계는 단일한 부품으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것들과 연결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다. 인간의 입술이 다른 입술을 만나면 키스라는 기능을 갖게 되지만, 음식을 만나면 섭취 기능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또한 미인의 얼굴에 ‘배치’된 입술은 섹시함의 상징이고 아나운서의 얼굴에 ‘배치’된 입술은 달변의 상징이다. 저자는 기계가 배치를 이루는 것은 차이를 생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차이가 응결하여 ‘미인’ ‘아나운서’라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
배치의 생성을 ‘영토화’라고 한다면 그 배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탈영토화’이다. 모든 기계는 배치를 욕망하면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이 움직임을 ‘탈주’라고 한다.
죄수들만 울타리 바깥을 꿈꾸는 게 아니다. 아무리 어렵게 얻은 자리라도 그것이 울타리가 된다면 ‘인간-욕망하는 기계’는 그곳을 벗어나고자 한다.
명문대 다니던 이가 갑자기 사업을 벌인다고 하면 누구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탈주가 없었다면 안랩도 애플도 메타도 없었을 것이다. 감옥에서 편안히 지내는 게 훨씬 좋아 보이는 죄수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프리즌 브레이크’ 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는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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