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계엄이 뉘 집 개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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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 가서 반란’ 괴담에 숙청당한 주아부
현실성 없는 계엄 괴담, 국민을 바보로 아나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9 06:30:31

▲ 서북 도서 일대에서 해상 사격훈련이 실시된 5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K-9 자주포가 화염을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주아부(周亞夫)는 전한(前漢)의 장수다. 흉노를 막고 내부 반란을 진압한 명장이었으나 말도 안 되는 트집에 허망하게 목숨 잃은 비운의 인물이다.

주아부는 기원전 158년 흉노가 침략하자 세류(細柳)란 곳으로 출병했다. 황제 문제(文帝)는 장졸들을 격려코자 어느 날 전선을 방문했다. 다른 곳에 주둔하던 장수들은 진문을 활짝 열고 엎드려 황제를 영접했다. 오직 주아부의 세류영(細柳營)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수문장은 군사지역에 들어가려면 황제라 할지라도 군법에 따라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며 버텼다. 문제는 부절(符節)을 꺼내 보이고서야 겨우 영내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이번엔 말단 졸병 하나가 멈춰 세우더니 군법에 따라 군영에선 하마(下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가 말에서 내리자 그제야 작전회의를 마치고서 완전무장 상태로 마중 나온 주아부는 “갑옷을 입어 엎드리기 힘들다”며 가벼운 예만 취했다.

범용한 황제였다면 주아부 이하 일동을 물고를 내고도 남았을 터였다. 허나 문제는 “이러한 철통 부대가 있으니 짐이 근심할 게 무엇이랴”며 크게 기뻐했다. 그는 붕어(崩御) 직전 아들을 불러 “위급 시 주아부를 찾아라”고 당부했다.

경제(景帝)가 새 황제에 취임하자 기원전 154년 여러 제후는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난을 일으켰다. 주동자는 오왕(吳王) 유비(劉濞)였다. 반란군은 수십만에 달했다. 경제는 주아부를 보내 막게 했다. 정면 승부는 어렵다 여긴 주아부는 양효왕(梁孝王) 유무(劉武)가 수성전에서 반군을 저지하는 사이에 자신은 반군의 후방 보급로를 끊는다는 계책을 세웠다. 주아부의 활약에 반군은 대패했다.

내전이 끝나자 조정은 힘이 커진 주아부를 견제했다. 어느 날 주아부는 사후 자신의 무덤에 묻을 순장용 갑옷·방패들을 사들였다. 조정은 제꺽 주아부에게 반란 모의 혐의를 씌워 잡아들였다. 정위(廷尉·대법원장 격)는 어서 이실직고하라며 주아부를 몰아붙였다. 어이가 없어진 주아부는 “저건 그냥 부장품”이라고 항변했다. 증거라며 법정에 등장한 갑옷 등은 누가 봐도 정교한 군수품이 아니었다. 할 말이 궁해진 정위는 역사에 길이 남을 헛소리를 내질렀다. “그, 그러면 저승에서 반역하려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계엄을 획책 중이라는 주장이 야당에서 나왔다. ‘87년 체제’ 이후 계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원내 1당 동의 없이는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안다. 대한민국이 수틀리면 계엄을 선포하는 그런 허술한 나라가 아님에도 후진국형 ‘괴담 정치’가 횡행하는 세태에 개탄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을 바보로 여긴다면 그 대가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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