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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 같은 픽션은 아무리 허황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도 바닥에 사람살이의 보편성을 깔고 있다. 보편성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독자나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감이 있는 곳에 재미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 ‘아무도 없는 숲속(아없숲)’은 개구리가 주인공이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 속 그 개구리 말이다. 아없숲은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개의 스토리가 평행을 달리다가 중반에 만나 함께 해결점을 찾아가는 플롯을 따른다.
아없숲의 개구리는 숙박업소 주인들이다. 느닷없이 찾아 온 손님들이 사고를 치고 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소 주인의 몫으로 남는다.
스토리1의 개구리는 호숫가 모텔의 주인이다. 연쇄살인범이 찾아와 시체를 토막 내놓고 사라지는 바람에 엉뚱하게 가정이 파탄 났다. 작은 마을에서 소문은 너무도 빨리 퍼졌고 ‘살인 모텔’이라는 오명 속에 아내는 자살하고 아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스토리2의 개구리는 숲속의 펜션 주인이다. 어느 날 찾아 온 손님이 겨우 하룻밤 묵으면서 락스로 욕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떠난다. 펜션 곳곳에는 혈흔이 남아 있다. 심지어 둘이 왔다가 혼자 떠난다. 충분히 살인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는 신고를 미룬다. 자칫 펜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리어 그런 그의 외면이 처참한 결과를 부른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세인의 관심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쏠린다. 한 번도 모텔 주인이나 펜션 주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모든 개구리가 아없숲에서처럼 자살하고 ‘학폭’에 시달리고 치매에 걸리고 살해 위협에 직면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영업 부진이나 트라우마로 업장 문을 닫는 경우는 흔하다. 모텔이나 펜션은 개인의 전 재산이 투여된 삶의 터전이다. 가정이 파탄 나고 그 구성원이 평생을 불행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그들을 단순히 제3자라고 할 수 있을까.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개구리는 맞아 죽는 법이다.
불청객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은 보편적인 의미의 ‘인생’을 닮아 있다. 평온한 삶을 불시에 노크하는 질병·사고·모함들…. 그림 같은 호수와 푸른 숲을 끼고 사는 이들일지라도 삶의 애로는 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은 택시 기사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알고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개구리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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