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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15광복 이후 정부 수립, 6·25전쟁과 빛나는 산업화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격동의 한반도, 美CIA 요원으로 그 한복판에서 활약한 마이클 이 박사의 숨 막히는 체험…. 북한 정권의 실체와 광주5·18 등 좌경 친북세력이 주도한 사건들에 관한 증언과 분석,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그의 이야기들이 값지다. 이에 美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살아온 40년 세월을 담은 그의 저서 ‘CIA와 대한민국’을 지면에 연재한다.
숨 막히는 국제정세, 서울에 보낸 나의 편지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다음은 회담 직후 빗발친 질문 공세에 필자가 서울에 있는 유튜브 방송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경애하는 애국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미국의 대북 전략과 국제정세가 모두 숨 막힐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많은 사람이 각자 나름대로 분석하고 평가·예측하고 있는데 나도 내가 느끼는 점을 피력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번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여 준 유연한 태도를 불만스러워 하는 언론인들이 있었습니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인 당신이 북한 같은 불량 국가의 나이 어린 독재자 김정은에게 뭐 그렇게 칭찬을 해 가며 몸을 어루만지며, 그게 뭐하는 짓입니까. 좀 웃기는 일 아닙니까.’
그에 대한 트럼프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글쎄,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는 일이었어요. 그러나 정치·외교를 하다 보면 그런 웃기는 일도 필요할 때가 있죠.’
이 말을 듣고 나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은 머릿속에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처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너희가 핵을 포기하면, 내 말대로 미국의 품에 들어오기만 하면 체제 보장도 해 주고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북한을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구약성경의 요나서를 생각했습니다.
요나는 니느웨(니네베)가 소돔과 고모라처럼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하지만 하느님은 ‘어리석은 12만 명이 저기 살고 있는데 저들이 일단 회개를 했으니 내가 어떻게 벌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오기만 하면 북핵 폐기 문제도 순리적으로 해결이 되고 통일 한국의 새로운 세계 질서와 함께 중국의 패권 도전을 결정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도 미국의 전략에 순응할 뜻을 분명히 보여 주었습니다.
어정쩡한 김정은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김정은은 여전히 잔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이 빗나가는 것처럼 보여 트럼프에 대한 세계의 믿음이 식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트럼프를 대단한 전략가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항상 이원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독재자 김씨 일가와 북한 정권의 실세, 그리고 노예처럼 시달리며 살아가는 인민들입니다. 그들을 같이 묶어서 북한이라고 생각하면 자가당착에 빠집니다. 그러면 미국의 대북 전략은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파의 많은 비난과 압력에도 훈풍 전략의 실효를 끈질기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미 정부의 인내심은 이제 소진되었고 훈풍이 폭풍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미국은 북한이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의 수준을 충족시키기 전에는 절대로 종전 선언이나 평화 협정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재 완화나 일대일 단계별 타결이란 꼼수에 속지도 않을 것이며, 미국의 전략에 엇박자 어릿광대 짓을 하는 것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 특사 비건은 문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사전 협의나 미국의 동의 없이 어떠한 형태이건 대북 지원이나 군사 협정 같은 일방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전했습니다.
시간을 끄는 이유
북한이 핵 폐기를 거부하거나 미국의 평화적 제안을 거절해도 미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습니다. 곧 죽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너무 느긋하게 다룬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 와서 부통령과 국무부·국방부·재무부·CIA 등 국가안보 관련 부처들이 새로운 각도로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핵 폐기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거론, 미국 내 북한 자산의 동결과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나 단체·조직·개인에 대한 2차 제재 등 미 재무부의 추가 선포를 포함한 경제 제재, 전 세계가 이미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전략 자산의 동원과 작전 준비 태세 등 전방위 전략으로 북한을 옥죄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이 손도 대기 전에 북한 스스로 급사하는 일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트럼프의 전략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이나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부도 모르는, 몇 사람만 아는 모종의 극비 공작도 진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미국의 훈풍 전략은 북한이 결국 거부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핵 보유를 결사적으로 고집하는 일과 독재와 공포정치를 지속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미국의 대안은 태풍 전략인데 그것은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될 것이 예상됩니다.
첫째, 미국은 앞으로 어떤 형태이건 북한과 진정성 없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도 이젠 북한이 협상으로 대할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하노이 회담 이후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끝내 핵 폐기를 거부하면 정권교체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셋째, 그것도 아니면 물어볼 것도 없이 무력 행사만이 남아 있습니다.
일단 결심이 채택되면
지난날 미국 정부는 대외 전략을 너무 신중하게 다루면서 우유부단하다는 국내·외의 비난을 받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 연방정부에 40년간 몸담고 있으면서 터득한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이 있습니다. 일단 ‘결심이 채택되면’ 그 결심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이 미국 정부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미국의 대북 전략과 대(對)중국 압사 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 폐기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서두르면서 북핵 폐기 전략이 북한 폐기로 선회됐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가 남한이나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믿었으나 북한이 ICBM을 개발해 미국에 위협을 가하자 대북 전략을 북한 폐기 전략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전략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ICBM뿐 아니라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생화학 무기의 폐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도 값싼 생필품을 대량 수입하고 국교를 유지하면서 지내 왔습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중국이 북한을 감싸면서 미국의 코털을 건드렸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 개발에 공개적·비공개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의 수로권(SLOC)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게 도전하고 태평양 진출을 위해 센가꾸 열도에 대한 영토 분쟁을 일으키면서 중국은 미국의 첨예한 적국으로 변했습니다.
미국은 지금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무슨 짓을 해도 미국이 이 두 나라를 작살낸다는 전략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이 두 나라는 한 묶음으로 쓰러집니다. 미국은 절대로 김정은이나 시진핑을 믿지 않습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美 연방정부 40년 근속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국방정보국) 16년·CIA(중앙정보국) 24년)
△ 1976년 미국 외무고시 합격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 박사
△ 美 국무성 동아시아 문제 수석연구원
△ 美 국무성 외교연수원 교수
△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관
△ CIA 한·미 안보협력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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