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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 세상은 넓고 갈 데는 많다! 여행을 옹호하고 부추기는 문장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여행은 소비사회에서 가장 값비싼 상품에 속한다.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땅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남미로 떠나고, 자신의 누추한 보금자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잠을 자고, 나룻배 한 척 없는 처지에 호화로운 선상으로 연인을 초대하는 자본주의의 마법! 그러나 그것들은 며칠 안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들이다. 그것이 여행의 전부라면 참 허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다른 성격의 여행이란 가능한가. 가족을 거느리고 직장을 가진 이가 다른 여행을 상상하기란 힘들다. 휴가 기간에 맞춰 급하게 다녀오는 여행은 결국 뻔한 여행일 수밖에 없다.
‘팩폭의 달인’으로 불리는 개그맨 박명수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해외여행은 큰 경험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부분의 해외여행이 이쁜 장소를 찾아 사진 찍는 데 초첨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도피하듯 해외로 떠나지만 삶의 경험을 쌓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관광지는 오버투어리즘으로 관광객에게 적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여행자는 생전 처음 보는 건축물과 자연에 한껏 고무되지만 현지인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이방인이 귀찮기만 하다.
또한 귀한 인증샷을 남겼다는 뿌듯함도 잠시, 그 사진이 인스타그램의 그렇고 그런 사진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좋았던 기분마저 사라지기 일쑤다.
청춘의 핵심 테마를 파헤쳐 온 정지우 작가는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2015)에서 여행의 배반을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에게 여행은 그처럼 부유함의 최종적 상징으로,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천박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렇게 보면,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 봤든, 얼마나 많은 돈을 써 보았든 그다지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정말로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여행자가 있다면, 그는 자기 삶을 새롭게 하는 존재방식을 달성한, 그러한 여행을 통해 늘 삶의 힘을 얻는 소수일 것이다.”
비싼 소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여행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인생을 통째로 바꿀 경험이 필요하다면 1만 원대 비용의 책이 더 효과적이지 않나.
임요희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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