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서울을 뒤덮은 몰카·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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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일망타진으로 최고 인기 누린 노지심
범죄 대응 소극적인 일부 공직자에 아쉬움만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2 06:30:30

▲ 몰카·딥페이크 범죄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사대기서 중 하나인 수호전은 원말명초(元末明初)에 출간된 공전의 히트작이다. 등장인물 중 노지심(魯智深)은 극악 성범죄를 일망타진하는 드높은 의기로 한·중·일 모두에서 사랑받은 캐릭터다.

노지심은 양산박에 입성하기 전 치안을 담당하는 송(宋)나라의 하급관리였다. 힘이 장사였으며 온몸을 뒤덮은 꽃문신으로 훗날 출가 후 화화상(花和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관리 시절 노지심이 한 주점을 찾았을 때였다. 그는 노래를 팔던 김취련(金翠蓮)이란 여인에게서 기구한 사연을 접했다. 정도(鄭屠)라는 불량배가 그녀를 강제로 취한 뒤 주지도 않은 몸값을 돌려내라며 노래 팔아 버는 푼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민원이었다.

대로한 노지심은 그 길로 정도가 운영하는 푸줏간으로 향했다. 노지심은 “살코기만 열 근 다져라. 비계만 열 근 다져라”는 식으로 수차례 말을 바꿨다. 약이 오른 정도는 흉기를 들고 덤볐으나 노지심이 내지른 한주먹에 그만 숨통이 끊어졌다.

의도치 않게 사람을 해친 노지심은 지명수배자가 됐다. 그는 62근 수마선장(水磨禪杖) 한 자루와 함께 도피길에 올랐다. 어느 날 찾은 한 장원(莊園)에서 노지심은 또다시 민원을 접수했다. 주통(周通)이란 산적이 장원 주인의 딸과 강제로 혼인하려 한다는 제보였다. 어김없이 대로한 노지심은 주인의 딸 대신 자신이 첫날밤 신혼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혼인날이 되자 주통은 장원에서 열린 잔치에서 정신없이 먹고 마셨다. 달밤이 되자 그는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신혼방으로 향했다. 음흉한 미소로 이불 속 신부에게 검은 손을 뻗친 주통은 신부 몸이 근육질이고 수염까지 난 것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취기에 의심을 풀었다.

노지심은 주통의 성추행에 “아니되시와요”라며 굵은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그럴수록 달아오른 주통의 손놀림은 한층 대담해졌다. 그러자 노지심은 별안간 벌떡 일어나 “야 이 자식아, 안 된다고 했잖아”라며 호랑이수염 곤두세우고 대갈일성(大喝一聲)을 내뿜었다. 주통은 곰 같은 노지심의 주먹 세례에 평생 잊지 못할 첫날밤을 보냈다.

서울 모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길바닥에서 버젓이 ‘몰카’ 범죄를 저지르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몰카는 대통령이 근절을 선언한 딥페이크 범죄로 직결될 수 있다. 그런데 몰카 대응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한 서울시 일부 고위관계자의 반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시민의 분노는 서울시를 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범죄 강력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노지심이 큰 인기를 누린 배경은 ‘행동하는 정의’였음을 해당 관계자는 잊지 않길 바란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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