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건국전쟁’을 극구 싫어하는 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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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29 06:31:20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영화계 소식을 알리는 온라인 소식지 ‘뉴스레터’ ‘한국영화’ 등을 매주 또는 월간으로 발간하며 ‘코비즈 뉴스’로 그때그때의 영화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뉴스레터 970호의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을 다룬 기사는 일반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구분하여 조망하고 있다. 상업영화 부문에서는 ‘파묘’와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흥행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1000만 영화의 그림자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독립예술영화 부문에 대해서는 흥행 상위 작품 10편의 목록을 나열했다.

경악할 일은 올 상반기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이승만 신드롬’ 현상까지 만들었던 ‘건국전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황을 조망하는 자료에도 한마디 언급이 없고 흥행 순위 상위 10편의 목록에서도 빠져 있다. 2월1일 개봉해 1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건국 과정과 6·25전쟁, 4·19시위와 대통령의 하야, 하와이에서의 치료와 사망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그동안 사실을 왜곡해 잘못 알려진 내용들을 밝혀 주었다. 상반기 영화 중에서는 흥행 1위 작품이고 이 영화가 일으킨 사회적 반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영진위가 상반기 결산을 하면서 ‘건국전쟁’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본다. 굳이 미루어 짐작한다면 ‘뉴스레터’ 담당자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분단의 원흉’이나 ‘독재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거나 ‘건국전쟁’의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서는 영진위의 관리 기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자료가 담당자의 재량으로 처리되는가. 상위 관리자나 위원장이 살펴보고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게이트키핑 과정이 있는가. 있는데도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나갔다면 총체적으로 관리 기능이 무력해진 것이며, 없다면 실무진에서 무슨 일을 해도 일이 벌어진 뒤에야 문제점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뉴스레터 971호에는 ‘조선인 여공의 노래’와 ‘1923 간토대학살’ 두 작품에 대한 소개 기사가 실려 있다. 시놉시스로 본다면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1910년대 가난에 몰려 어렵사리 일본 오사카의 어느 방직공장에 취업한 조선인 여공이 겪는 모멸과 멸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1923 간토대학살’은 1923년에 발생한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누명을 씌워 무차별 학살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증언을 통해 구성한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일본인의 잔혹성과 잔인함을 강조하며 한국인(조선인)은 일방적인 희생자로 묘사한다. ‘한국영화’ 8월호는 ‘민족주의 자장 안에서 일제강점기를 보다’는 글을 통해 한국 영화가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시대별로 조명한다. ‘코비즈 뉴스’는 한 야당 의원이 발의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 법안’ 소식을 전하고 있다.

마음에 들면 실어 주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것인가. 반일이나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려는 극단적인 집단이라면 그려러니 하겠지만,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하는 문화관광부의 산하기관이다. 공공자금을 이용해 특정집단의 기관지 역할을 하기로 작정이라도 했느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건국전쟁’을 외면하려는 움직임은 또 있다.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은 서강대학교를 졸업했다. 서강대에선 동문회보를 발간하는데 그 동문회보에 영화에 대한 소개나 감독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일절 없다가 뒤늦게 감독의 항의를 받고서야 면피하듯 한구석에 다루기는 했다. 2024년 상반기에 선풍을 일으키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것을 생각하면 영화를 집중 소개하거나 감독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소개하며 인터뷰하거나 하다못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이라는 사실을 ‘동문소식’으로라도 다루었을 일이다. 그렇지만 동문회에서는 유령 취급을 하며 소개도 인터뷰도 없다. 보통의 경우 어느 학교든 동문회라면 회원들의 승진이나 전보·취임 등의 동정을 시시콜콜 소개하거나 연예인·스포츠 분야의 경우 새로운 출연작이나 시합의 결과를 자세하게 다루기 마련이다.

‘건국전쟁’이 선풍을 일으키고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동문이라는 사실은 자랑이면 자랑이었지 결코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묵살한다는 것은 동문회보 제작진이 좌파이거나 좌파 지지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감독을 인정하는 게 불편한가. 이승만 대통령이 부각되는 게 마땅치 않은가. 아니면 이승만 대통령도 싫고 그런 영화를 만들어 힘겹게 구축해 놓은 ‘친일파’ ‘독재자’의 이미지를 걷어버리고 올바른 사실을 깨닫도록 한 감독도 싫은 건가.

예전에는 무슨 일을 꾸미더라도 물리적인 균형이라도 맞추려는 시늉을 했는데 이제는 내놓고 인하무인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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