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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는 이름을 몇 차례 바꿨으며 별명도 여러 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원래 십제(十濟)였으나 온조왕이 형 비류가 다스리던 백성을 합쳐 더 큰 나라를 만들 때 모두 즐거워해 백제로 고쳤다고 한다. 중국 ‘수서(隋書)’ 백제전은 100여 호(戶)가 바다를 건너 세운 나라, 즉 백가제해(百家濟海)의 줄임말이 백제라고 설명한다.
백제와 고대 일본의 특별한 친밀도·영향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은 오랑캐 왜(倭)로 통했는데 발음이 비슷하면서 더 좋은 뜻의 화(和)로 대체해 야마토(大和)라 자칭했다. 국호를 거창하게 日本(태양의 터)으로 정한 것은 백제 멸망 이후, 그러니까 그들이 독자적 정체성을 추구하게 되면서다. 일어 표현에서 자주 쓰이는 형용사 ‘쿠다라나이(百濟ない·시시하다)’가 그래서 흥미롭다.
요즘엔 한자를 거의 안 쓰고 심지어 다른 한자를 얹어 둔 사전도 있지만 ‘쿠다라나이’란 원래 ‘백제’와 ‘없다’로 구성된 어휘다. 백제의 존재감을 이보다 잘 보여주기도 힘들 것 같다. 百濟를 일반적인 현지 발음과 전혀 무관하게 ‘쿠다라’로 읽는 것 또한 대단히 특이하다. ‘쿠다라’가 우리말 ‘큰 나라’의 옛 발음이라는 설, 백제 영토인 금강의 ‘구드래’(큰 나루터)에서 유래했다는 설 각각 제법 설득력이 있다.
472년 개로왕 때 중국 북위(北魏)에 보낸 문서엔 “백제는 고구려와 더불어 부여로부터 나왔다”고 돼 있다. 고구려가 부여의 신화 구조를 빌어 건국 시조 주몽을 설명하듯 백제도 그렇다. 부여족이 이동해 각지에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부여족의 신화가 리메이크된다. 도읍지명과 왕실 성씨를 부여(夫餘·부랴트 음차)로 한 점, 나중에 국호를 한때 ‘남부여’라 한 점 등은 5세기 이후 고구려와 경쟁하며 백제가 부여의 계승자임을 강조하려 한 모습으로 해석된다.
백제의 온조·비류 전승 속 졸본(卒本)과 주몽(朱蒙)이 한 단어에서 왔다는 것도 지나칠 수 없다. 아득한 옛날 어떤 발음이 이들 한자로 옮겨진 것인데, 몽골·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명 촐본·촐몬(새벽별·금성) 등에 그 어원이 남아 있다. 제6편(부여·졸본·일본 그리고 주몽)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것들은 다 연결된다. 이를 한자로 의역한 게 동명성왕(주몽)의 ‘동명’(東明)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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