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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신라 때부터 쓰인 어떤 낱말의 발음이 변화를 거쳐 현재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해방 이후 서울이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되기까지 이 땅은 여러 왕조·시대별 이름을 거쳤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도 수십 년간 중국어로는 ‘한청’(漢城)이었으나 명분상의 문제, 사립 한성대학교와 한자가 똑같아 발생하는 불편 등이 제기돼 2005년 ‘셔우얼(首爾)’로 정식 개정됐다. 발음을 살리면서 ‘으뜸·최고의 그대’라는 의미도 구성한다.
서울이 신라 수도 경주의 옛이름 서라벌(徐羅伐)·서벌(徐伐) 등에서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한자 표기 모두 뜻과 무관하게 발음을 흉내낸 것이다. 고려의 개성(개경) 역시 문서상 이름일 뿐 당시 사람들의 일상적 표현은 서라벌→셔블, 조선시대엔 한양 대신 셔블→셔울이었다. 호적상 성명과 별도로 가족·친지 사이에서 통하는 개인의 애칭처럼 면면히 이어진 것이다.
서라벌의 어원을 불경에도 나오는 인도 북동부 도시, 부처가 득도 후 활동한 슈라바스티의 음차로 보기도 한다. 섣불리 무시할 가설은 아니다. 먼 옛날엔 양자의 발음이 훨씬 흡사했을 수 있다. 불국정토를 꿈꾼 나라, 불국사를 가진 서라벌, 즉 신라는 적어도 한반도의 슈라바스티라 할 만하다.
서라벌 등으로 표기된 어떤 발음이 또 이리저리 한자로 표기되다 서기 503년(지증왕4년) ‘신라(新羅)’가 등장한다. ‘왕의 덕업이 날로 새로워져 사방을 망라하다’(德業日新 網羅四方)에서 두 글자를 뽑았다는 멋진 설명이 뒤따랐다. 그 이전 중국 사서 속 서라벌 내지 신라의 표기가 사라(斯羅)·신로(新盧) 등 10여 종이나 된다. 도읍지 이름이 곧 국호인 경우도 흔한 일이었다.
산스크리트어로 신라가 ‘쿠쿠따라마’(닭의 동산)인 것 또한 흥미롭다. 이것을 한자로 옮긴 게 삼국유사에 실린 구구탁예설라(矩矩托禮說羅)다. 신라의 별칭 ‘계림’(鷄林), 신라 김씨 왕조의 시조 김알지 탄생 설화에 등장하는 ‘흰 닭’ 등이 다 연결돼 있다. 금관가야의 거북·고구려의 삼족오(세 발 까마귀)처럼 신라의 상징은 닭이었다.
만주원류고(1777)에 따르면 신라 지배층이 후금·만주족(금나라 여진족의 후신)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청나라가 당대의 학술 역량을 총동원해 자기 기원을 정리한 결과물이며 ‘흠정’(欽定·황제 감수)의 권위를 지닌 기록이다. 관련 대목은 신라가 삼국 중 혈통·언어적으로 가장 이채로웠음을 뒷받침한다. 나당연합을 ‘외세와 결탁한 동족 배반’으로 본 것은 민족주의 만능 시대의 무리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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