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서울시 부시장과 총선 11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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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낙관만 하다 해우소에 처박힌 진경공
‘떡락’ 위기에도 일부 전·현직 부시장들 무사안일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26 06:30:30

▲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이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을지연습 연계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에서 관계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병입고황(病入膏肓·불치병에 걸림)임에도 근거 없는 낙관만 하며 자만하다가 낭패 본 이들은 역사상 많다. 그중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경공(景公)의 경우는 가히 전설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에 의하면 어느 날 경공이 잠들었을 때였다. 꿈에 봉두난발한 혼백이 나타나 “나와 함께 가자”며 손짓했다. 혼비백산한 경공은 벌떡 일어나 해몽가를 불렀다. 해몽가는 “죄 없이 죽은 원혼들이 분노하고 있다. 당신은 내년 햇보리를 먹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공은 약 10년 전 수하인 도안고(屠岸賈)를 시켜 조(趙)씨 가문을 결딴낸 바 있었다. 당시 모두가 목숨 잃고 오로지 만삭의 조씨 집안 며느리 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경공 곁에 있던 도안고는 발끈하며 “거짓이라면 너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해몽가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며칠 뒤 경공은 정말로 드러눕게 됐다. 그는 진(秦)나라의 명의인 고완(高緩)을 초빙했다. 그러나 진맥을 마친 고완마저도 “병이 스며든 고황(심장과 횡격막 사이)은 약도 듣지 않고 침도 닿지 않는 곳이니 내 능력으로는 고치기 힘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체념한 경공은 임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명의 이듬해 햇보리 수확철이 되자 그는 돌연 기운을 되찾았다. 이 기회에 얼른 의관을 불러 자신을 치료하게 하거나 어떤 수를 강구해야 했음에도 경공은 자신이 완쾌된 줄 믿고서 득의양양했다. 그는 “그 발칙한 해몽가의 목을 베라”고 호령하는 한편 얼른 밥상을 올리라고 재촉했다.

경공이 햇보리밥을 한 술 뜨려던 때였다. 돌연 참을 수 없는 폭풍 배변 시그널이 아랫배에서 전달됐다. 수저를 내던진 그는 전속력으로 해우소를 향해 질주했다. 역동적 괄약근 운동으로 모든 근심을 쏟아 낸 경공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바지춤을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우지끈’ 소리와 함께 해우소 기둥·바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날개가 달렸을 리 없는 경공도 지하세계로 자유낙하했다. 사람들이 달려왔을 때 날벼락을 맞은 경공은 이미 구릿한 덩어리에 거꾸로 처박혀 귀신들과 함께 저세상으로 떠난 뒤였다.

22대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났다. 특히 인구 약 1000만의 서울에서 전체 48석 중 1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러한 병입고황에 준하는 상황임에도 기자가 만나 온 일부 전·현직 서울시 부시장은 근거 없는 낙관과 보신주의·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있는 듯하다. 서울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압승해야 하는 곳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대권 도전 의지를 천명했다. 경공 같은 추락은 없어야 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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