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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 국경에서 압록강을 따라 달리면 북한의 마을들이 보인다. 신의주시·만포시·혜산시 등 제법 큰 도시들은 행정구역상 지도를 찾아 보면 금방 어디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압록강을 따라 줄지어 있는 작은 마을들은 행정구역상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기차역을 찾는 것이었다.
기차역 이름은 당연히 그 마을의 지명이기에 마을에서 기차 역사만 찾으면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차역 이름이 표시된 북한의 공식 지도를 들고 기차역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한여름 나뭇잎이 무성해지면 기차 역사는 압록강변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창역이다. 몇 번이나 이 길을 오가면서도 유창역을 찾지 못해 아쉬움을 뒤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압록강변에서 여러 사람이 작업을 하는 것이 보였다. 분명 중국 쪽에 가까웠지만 서로 건네는 말투를 들어 보면 북한 주민들이었다. 매년 봄이면 압록강에선 통나무를 운반하기 위한 뗏목을 볼 수 있다. 이들을 유벌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압록강의 수량이 많지 않을 때는 거대한 뗏목이 뭍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날도 마침 여러 사람이 몰려들어 난파된 뗏목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지금 발 딛고 선 곳은 분명 중국 땅이었다. 강변에 내려가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분단의 세월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분명 길을 막아섰다. 수십 명의 유벌공들이 달라붙어 힘을 보태고 나서야 겨우 난파된 뗏목을 구할 수 있었다. 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떼돈 번다’는 말의 유래가 되었을 정도로 통나무 운반은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전통놀이 보전 사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북한에서는 독재정권을 살찌우는 돈벌이로 전락해 버렸다. 분명 발 딛고 선 곳이 중국 쪽이지만 그들은 자유의 몸이 아니다. 강물은 어디나 흐르지만 그들의 발은 독재의 쇠사슬에 묶여 강을 거스른다. 압록강 어디에서나 북한 주민들의 시름이 강물에 실려 덧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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