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의 바른 보험] 보험 해지 후 다시 가입할 때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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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 해지 후 재가입은 ‘득 아닌 독’ 더 큰 지출 불러올 수도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14 06:30:50

가계 사정이 좋지 않으면 제일 먼저 줄이는 대표적인 항목은 무엇일까. 각종 매스컴에도 단골 소재로 기사화되는 내용이다. 바로 내가 가입하고 있는 보험이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잘 준비해 뒀다고는 하나 와닿는 것은 없고 막연하게 보험료만 나가는 것 같아 보험부터 해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한 선택은 존중하지만 결국 해지환급금을 활용하기 위한 부분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고정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일수록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고민할 것을 강하게 권유하고 싶다.

무엇보다 먼저 보험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 본인이 납입한 원금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 하물며 2016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이어온 해지환급금미지급형 상품의 경우 납입기간 내에 보험계약 해지를 하면 내가 그동안 납입해 온 보험료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단순히 일부의 해지환급금을 얻기 위해 또는 매월 납입한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큰 고민 없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게 되고 상당한 금전적인 손실까지 떠안게 되는 결과가 된다. 이 부분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험계약 해지 후 또 다른 보험상품으로 가입하는 것은 정말 다양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특수한 경우(과거 병력으로 인한 비싼 유병자보험 가입 후 건강체로 재가입, 갱신형 보험에서 비갱신형 보험으로 리모델링 등)가 아니라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보장은 조금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연령 증가로 인한 보험료 상승에 대한 손실이 우선이 될 것이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비싸진 보험료 수준까지 감안한다면 적게는 1만 원 내외에서 많게는 몇만 원의 보험료 인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생각보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대개 20년 이상의 납입기간을 설정해 보험가입을 하고 있기에 매월 몇 만 원의 차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몇 백만 원에서 1000만 원을 웃도는 추가 지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이렇게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난 후 뭔가 상당한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가계 사정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동안 많은 분들과 상담을 해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단순히 자기만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히 외식 한번 덜 하고 술 한잔 덜 마시겠다고 이야기하며 굳은 다짐으로 보험계약 해지까지 선택하고 재정비했건만 결국 달라진 건 없고 그래도 내가 무언가 했다는 최소한의 죄책감을 스스로 덜어내는 분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물론 다양한 사례가 있고 그에 따라 잘 지켜가며 가계 사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분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작심삼일로 끝나거나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모양새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보험계약을 잘 가입했다는 가정 하에 내가 가입하고 있는 보험상품은 되도록 해지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조금의 수정을 통해 더 좋은 보장을 보강하거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만한 아주 획기적인 보장이 출시되지 않는 이상 기존에 가입하고 있는 보험상품은 구관이 명관이 될 수 있기에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데 결국 막연한 리스크 대비를 위해 큰돈을 지출하고 있는 듯하고 그 금액이 너무 아까워 일단 가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험계약 해지부터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는 더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말 신중했으면 좋겠다. 나와 내 가족의 소비패턴 분석 없이 보험부터 쳐다보는 것은 이제는 좀 줄었으면 한다.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임시방편밖에는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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