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김경수·이재명과 이독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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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독제독으로 이민족 견제한 동아시아 문명국들
金·李 패권 다툼 與엔 호재… 지혜·단합 발휘해야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12 06:30:30

▲ 2021년 6월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앞서 주먹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

이독제독(以毒制毒·독으로 독을 제압한다)은 동아시아의 여러 문명국이 주변 이민족을 다스리는 기본 전략이었다.

여진족이 금(金)나라를 경영한 12·13세기 북방에선 몽골·타타르·케레이트·메르키트·나이만 등 여러 부족이 초원의 패권을 다퉜다. 이들을 힘으로 쳤다가는 단번에 연합해서 저항할 게 뻔했다. 때문에 금나라는 2등인 A부족 힘을 키워 줘서 1등인 B부족과 싸움 붙이고, A부족 힘이 커지면 다 망해 가는 B부족을 밀어 줘서 A부족을 공격하도록 했다.

대표적 희생자가 칭기즈칸(Chingiz Khan)의 부친 예수게이(Yesugei)다. 예수게이는 한 때 크게 세력을 떨쳤다. 이에 타타르는 불시에 그를 독살했다. 몽골은 분열됐으며 어린 칭기즈칸은 지난한 피난길에 올랐다. 타타르는 칭기즈칸의 조상 암바가이 칸(Ambaghai Khan)도 납치해 금나라에 바친 과거가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이독제독 실패의 배경에는 금나라의 무능·분열이 있었다. 칭기즈칸도 금나라 장종(章宗) 시절엔 이독제독 장기판의 말이었다. 1208년 장종에 이어 옥좌에 앉은 완안영제(完顔永濟)도 칭기즈칸에게 복종을 요구했다. 칭기즈칸은 반응을 떠보려는 듯 “중원 천자(天子)는 하늘이 낸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너 같은 놈도 하는구나”며 거부했다.

영제는 여러 북방 이민족을 규합해 칭기즈칸을 벌하는 대신 몸을 사렸다. 금나라 변경을 지키던 한 이민족은 이를 보자 금나라 수도인 중도(中都) 대흥부(大興府)로 가는 길을 칭기즈칸에게 내줬다. 그 와중에 영제는 내부 쿠데타로 암살됐다. 반란군이 새 황제로 세운 선종(宣宗)은 칭기즈칸이 두려워 남경(南京) 개봉부(開封府)로 천도했다. 무능·분열 앞에 이독제독을 포기한 금나라는 1234년 몽골에 의해 멸망했다.

나라를 잃은 여진은 주변 문명국들의 이독제독 대상이 됐다. 여진은 건주여진·해서여진·야인여진 등으로 사분오열됐다. 명(明)나라는 이들이 단합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청(淸)태조 누르하치(奴兒哈赤)의 조부 기오창가(覺昌安)부터가 동족을 탄압하던 명나라 ‘앞잡이’였다. 명나라의 이독제독 또한 숭정제(崇禎帝) 등의 무능과 내시들의 파벌 엄당(閹黨)에 의한 내부 분열로 기어이 와해되고 만다.

‘친문 적자(嫡子)’이자 야권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이 야권의 뜨거운 감자다. 비명계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도 친문계가 결집 중이다. ‘이재명 대망론’ ‘몽골 기병론’을 주장하는 친명계는 노골적으로 이들을 견제 중이다. 이럴 때 여권에 필요한 건 무엇보다 지혜 그리고 단합이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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