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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제(正統帝)는 명(明)나라 6대 황제다. 적국 ‘포로’가 되고 나라를 존망 위기로 몰아넣은 못난 위인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 집권기엔 나라를 똑바로 이끌고자 노력했다.
15세기 동아시아에선 감합무역(勘合貿易·조공무역)이 활발했다. 명나라는 물론 조선도 여진(女眞)·류큐(琉球) 등에게서 조공을 받았다. 통념과 달리 감합무역은 조공 받는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피조공국은 ‘대국’의 체면이 있기에 조공국에게 몇 배에 달하는 답례품을 하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몽골계 부족 오이라트(Oirat)도 말(馬) 등을 신나게 진상해 명나라의 등골을 빼먹었다. 결국 정통제는 그럴싸한 명분 없이 감합무역 규모를 덜컥 제한해 버렸다. 설상가상 정통제가 신임한 환관이자 간신인 왕진(王振)은 오이라트가 희망한 대가의 20%만 지급했다. 분개한 오이라트의 지도자 에센 타이시(Esen Taishi)는 1449년 거병해 명나라를 쳤다.
정통제는 외교·인사 실책도 모자라 자신이 직접 친정(親征)하는 우를 범했다. 백만을 자랑하던 명군(明軍)은 부정부패로 거덜 나 장부 상으로만 존재하는 군대였다. 정통제는 용병(用兵)에도 문외한이었다. 오합지졸을 그러모아 겨우 50만의 머릿수를 채웠으나 사납고 날랜 몽골 기병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끝내 명군이 초전박살 나고 무려 황제 정통제가 포로가 되는 토목지변(土木之變)이 벌어졌다.
정통제는 “우리가 우리 뜻대로 조공한다는 이 문서에 지장 찍으시오”라는 오이라트측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대가로 엄청난 답례품을 내놓으란 겁박이었다. 존망의 기로에 선 명나라 조정은 경태제(景泰帝)를 새 천자로 옹립했다. 정통제가 서명한 문서가 사문화(死文化)되자 오이라트는 두 명나라 황제의 내분을 노리고 1450년 정통제를 석방했다. 그러나 1457년 탈문지변(奪門之變)을 일으켜 천순제(正統帝)로 재집권한 정통제는 새사람으로 거듭났다. 천순제 시기 명나라는 외침(外侵)을 막고 국력을 다졌다.
22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서 국민의힘을 재차 이끌게 됐다. 그를 택한 당원들은 한 대표가 앞선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입 모아 주문하고 있다. 당은 당장 10월 부산 금정구청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통제는 재집권 후 심기일전(心機一轉)을 바탕으로 황위를 지킬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재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있음을 한 대표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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