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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說)이란 글자 그대로 시시한 자질구레한 말을 뜻했다. 2000여 년 전 한 단어로 등장하지만 ‘대도(大道)’를 논할 때 대칭 개념처럼 곁가지로 언급될 뿐이었다. 13세기경 비로소 시중의 잡다한 이야기, 전설·설화 등을 전하는 글의 장르가 됐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청나라 말 서구 문물인 스토리·픽션·로맨스 등을 가리키던 장르명 ‘小說’이 일본에 전해졌고 1885년경 노블(novel) 즉 19세기 서구 소설을 가리키는 어휘로 정착한 다음 우리나라와 중국에 역수입됐다. 주류 지식인에게 경멸의 대상이던 시절엔 소설=실화임이 강조된 반면, 근대 이후엔 사회 현실의 은유이자 비판적 예술 형식으로 인정받으면서 소설=허구라는 점이 중요해졌다.
허구적 재구성을 통해 삶의 진실을 포착해 내는 게 소설의 미학적 본질로 꼽힌다. 동북아시아에서 리터래처·리떼라뛰르의 번역어 ‘문학’이 존재감을 높이자 소설을 쓰거나 읽는 행위가 신식 문인의 고급 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수천 년 시(詩) 중심이던 한자 문명권에 소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언문일치는 당연한 추세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한글화가 곧 언문일치에 해당한다.
청나라 말 망국의 위기 의식 속에 소설의 대중적 감화력과 효능에 주목한 인물이 언론인·사회운동가 량치차오(梁啓超·1873~1929)였다. 그는 “한 나라의 백성을 새롭게 하려면 소설을 새롭게 하라”, 심지어 “도덕·종교·정치·풍속·학예·인심·인격을 새롭게 하려거든 소설을 새롭게 하라”며 “인도(人道)를 지배하는 불가사의한 소설의 힘”을 역설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평론 ‘소설과 군치(群治)의 관계를 논하다’는 기념비적 글이다.
한문 2730자로 된 량치야오의 이 평론에 깊이 감명받은 선비들 가운데 신채호(1880~1936)가 있다. 훗날 아나키즘에 경도된 역사학자·우국지사인 그마저 오로지 구국의 열정으로 한때 소설 창작에 매진했다. 그의 단편소설 ‘꿈하늘’은 문학청년의 감성·재능을 드러내진 못했으나 동북아 근대 문턱의 정치적 문학관을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이야기 역시 다채롭고 깊어진다. 시장의 발달과 함께 이야기의 리메이크·재해석 솜씨도 좋아진다. 인간은 이야기 없이 못 산다. 호모 에렉투스·호모 루덴스 등의 표현이 있지만 호모 나라티브쿠스(서사적 존재)도 추가할 만하다. 영상의 시대 이전, 소설은 독보적 인기를 누리며 신문·잡지 판매부수를 좌우했다. 그런 시대가 지나면 방송사 간판 뉴스 시청률에 그 전후 시간대에 방영되는 TV드라마가 영향을 미친다. 작가=소설가이자 지식인의 상징이란 통념 또한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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