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실속 없는 ‘독립영화’ 지원 정책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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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25 06:31:20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시행한 2024 독립예술영화 배급지원 선정작 24편을 두고 독립영화 업계에서는 이런저런 푸념 섞인 불만이 나왔다. 지원작은 71개사 112편이었지만 24편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지원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회사에서 제작한 작품이 3편까지 지원작으로 선정된 경우가 나왔고 그 회사가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작으로 선정된 경우엔 최소 2930만 원부터 최대 9000만 원까지의 비용을 차등 지원받는다.

너나 할 것 없이 지원금에 목매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는 떨어지고 어느 회사는 몇 편씩 당선되고 게다가 지원금 규모도 최대로 받게 되었으니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작품)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의 지원 규모는 독립 극영화 부문 16편 내외에 57억2100만 원. 단편 부문 15편 내외에 4억100만 원, 다큐멘터리 부문 18편 내외에 9억9300만 원 등의 제작 지원금이 배정되고, 배급 지원으로 14억5200만 원의 지원금이 배분된 것이다. 지원에 응모한 71개사 112편은 사실상 모두 지원을 기대했다고 할 수 있다. 지원하지 않았다면 지원할 작품이 없었거나 선정 여부를 다투기도 난감할 정도 수준의 작품이어서 응모를 포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문제를 좀 더 넓게 본다면 독립영화는 오직 외부 지원에 의존해야 할 처지일 뿐 자활·자립과는 싱관없는 좀비 같은 존재다. 독립영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영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는 논리를 세우지만 그 같은 목표에 접근했다는 증거는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소리는 없다. 문제점을 얘기했다가는 거센 비난과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영화진흥위원회도 입 다물고 모른 척 하기는 마찬가지다. 독립영화라고 하는 작품들 중에는 더러 국내외 영화제에서 이런저런 상을 받은 경우가 있지만 자기들만의 잔치일 뿐 독립영화의 위상을 높이거나 관객 저변을 넓히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독립영화 관련 통계를 보면 2018년 116편·2019년 121편·2020년 107편·2021년 151편·2022년 131편 개봉됐으며, 관객 기준으로는 전체 영화의 0.5%(2018)·1.2%(2019)·1.2%(2020)·2.0%(2021)·1.0%(20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간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으로는 ‘워낭소리’(2009) ‘똥파리’(2009)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등이 있지만 반짝 성공으로 그쳤을 뿐 상업 영화계에서 재능을 발휘하거나 후속 영화가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었다. 해당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감독은 새로운 영화를 내놓지도, 상업영화계로 진출해 활동했다는 흔적도 없다. 독립영화계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는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 독립 영화들은 청소년이 성장기에 겪는 정신적 방황이나 갈등을 그리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영화과 학생들이 만드는 실습작품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러는 젠더·이념 갈등, 빈부격차 문제 같은 생경한 소재에 빠지는 경우도 보인다.

독립영화 출신 감독이나 배우 또는 각 분야의 작업 인력 중 상업영화로 진출해 성과를 보인 경우는 더더구나 없다. 한국영화의 저변을 넓히고 유능한 인력의 공급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단지 비슷한 부류끼리 모여 정부나 공적 기관·단체의 지원이나 찾아다니는 한심한 지경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독립영화는 그 취지나 명분에도 불구하고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처럼 고립된 여건에서 아무 성과도 의미도 없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지속적으로 각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영진위에선 독립영화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제작 지원을 하고 유통을 도와준다는 정책을 펴 배급 지원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진위 지원의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를 비롯해 CGV의 아트하우스, 롯데시네마의 아르떼, 메가박스의 아트나인과 G시네마 같은 극장들이 있지만 작품의 수준이나 흥행 면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을 뿐이다.

편당 평균 관객이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여서 영화관들은 적자 상태로 버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트하우스가 2021년부터 철수한 것은 독립영화만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오히려 경쟁력을 죽이며 자립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크린쿼터에서 경험했다. 자립하지 못하는 독립영화에 무한정 지원을 계속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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