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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이 한국판 정치 지형을 제대로 풍자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당·야당 모두를 심판대에 올렸다고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정확히 ‘586’으로 통칭되는 구태 정치인을 겨냥하고 있다.
그들은 한때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도 걸었지만 지금은 변질되어 대기업과 결탁해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북한의 이해집단과 협력해 살인을 조장하는 등 불량집단으로 묘사된다.
‘생각은 좌파처럼 생활은 우파처럼’을 실천하는 그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득권 타파’ 목소리는 그래서 공허하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가 존 달버그 액튼이 이미 간파했듯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그러면 우리는 썩은 권력 밑에서 그들이 뱃속을 불리는 것을 두고 봐야만 할까. 다행히 그것을 방지하는 해법도 이 문장에 들어 있다.
권력이 절대적 힘을 얻지 못하도록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다. 돌풍의 주인공 박동호는 ‘도를 넘은’ 부패 권력에 ‘선을 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선을 넘은 자에게 한계는 없어.”
“거짓을 이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이야.”
결연한 대사처럼 그는 살인·녹취·모략·야합 등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들과 싸운다. 심지어 박동호는 하나뿐인 목숨마저 건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삼국지연의’를 떠올리게 한다. 위·촉·오나라 삼국의 대결은 △괴물을 처벌하려다 괴물이 되어 버린 민주화 세력 △자신의 영달을 위해 친아버지까지 저버리는 비정한 보수 정치인 △이 둘을 청산해 국가의 새 기틀을 다지려는 박동호 이 세 세력의 싸움으로 묘사되며 제갈량과 사마의의 잔혹한 책략은 얽히고설킨 음모로 구현된다.
그렇다고 ‘돌풍’이 삼국지의 비정한 면모만 계승한 것은 아니다. 박동호는 삼국지의 어느 누구도 행하지 않은 영웅적인 일을 벌인다. 즉 거짓을 이기기 위해 더 큰 거짓을 사용한 대가로 스스로의 몸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박동호는 처음부터 죽을 각오로 일을 벌였으며 자신의 최후도 이미 알고 있었다.
목숨을 건 자를 이기려면 자신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목숨 걸고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그 시절의 투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 땅에는 보신에 여념 없는 정치인만 판을 친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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