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세계는 왜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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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23 06:31:20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미국 위스컨신주 밀워키시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간발의 차이로 암살 위험에서 벗어났다. 오른쪽 귀 상처 부위를 붕대로 가렸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난 전당대회는 첫날인 15일부터 문자 그대로 공화당의 축제와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인 후보로 확정되었고 부통령도 지명되었다. 낯익은 많은 미국 정치가들의 격정적인 애국적·기독교적 연설이 이어졌다.

현 집권당인 민주당은 8월19일부터 22일까지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야당인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모습과 비교할 때 여당인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노령 및 인지능력 저하로 중도사퇴 압박을 받아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사상 처음으로 당내 인사들이 대통령의 선거전 중도하차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다.

미국 대선을 불과 3개월여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전 세계 수많은 나라가 미국의 대선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냉전 시대 자유진영 국가들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초조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미국 대통령들은 어느 정당 출신이냐에 관계없이 모두가 냉전의 전사(Cold Warrior)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일 패권국이 된 후에도 미국은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했다. 다만 45대 트럼프 대통령부터 미국의 대외 정책이 선별적 개입, 고립주의 또는 국가주의로 바뀌자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국가들은 미국의 대선 결과를 걱정하게 되었다.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존 F. 케네디·린든 B. 존슨·지미 카터 대통령,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리처드 닉슨·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41대) 대통령은 모두가 열렬한 반공주의자들이었다. 민주당의 투르먼 대통령은 소련 공산당 붕괴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이고,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 공산당을 붕괴시켜 역사의 잿더미 속에 파묻은 대통령이었다. 냉전 당시 가장 허약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던 카터 대통령조차도 미국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핵잠수함에 승선했던 장교 출신이었다.

냉전 당시 미국의 두 정당은 외교정책은 물론 국내 정책에서도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필자는 미국의 두 정당은 ‘라벨이 다른 두 개의 빈 병’이라고 미국 정당을 묘사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두 개의 빈 병인데 한 병에는 민주당, 다른 한 병에는 공화당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다니?!

결국 두 당은 내용 면에서 다를 바가 별로 없다는 말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민주당의 아이콘이 된 케네디는 진보적이었지만 열렬한 반공·애국주의자였고 공화당의 아이콘이 된 레이건은 보수적이었지만 열렬한 반공·애국주의자였다. 케네디의 연설과 레이건의 연설, 특히 대(對)소련 외교정책 관련 연설을 보면 두 사람이 다른 정당 출신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미국의 두 정당은 세계적으로 역사가 긴 정당이다. 민주당의 역사는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재임(1801~1809)한 민주공화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의 민주당은 앤드루 잭슨 대통령 재임(1829~1837) 때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1828년에 처음 창당,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 되었다. 공화당은 미국의 북부로 노예제가 확산되는 것을 허용한 캔자스·네브라스카 법이 통과된 것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모여 1854년에 창당한 정당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시조로 모신다. 공화당은 창당 이래 자유주의와 노예제도 반대를 내세웠으며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To Make Man Free)’는 케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다.

두 정당의 차이점을 애써 구분한다면 민주당은 정부가 더 큰 역할을 담당해 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겠다는 방안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공화당은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국민에게 더 큰 자율을 부여해 스스로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외교정책상 별 차이가 없었던 두 정당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후부터 본격적인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이 유일 패권국이 된 1990년 이후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민주당의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와 현직인 조 바이든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은 모두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로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다만 트럼프에 이르러 선택적 개입주의·고립주의적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선택적 개입은 중국의 도전을 제압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중국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는 한국인들이라면 트럼프의 당선을 오히려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닐까. 트럼프는 김정은을 쥐고 흔들어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