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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나 TV 방송의 두드러지는 점이라면 무속에 대한 관심을 들 수 있다. 미디어 간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화는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까지 경쟁적으로 무속 소재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 지상파 방송사의 연애 리얼리티쇼 ‘신들린 연애’를 들 수 있다. 남녀 무당·역술가·퇴귀사·타로카드 점술사가 출연해 자기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꽤 높다고 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미래를 점치는 무속인이 과연 자신의 연애 상대자도 잘 찾아내는지 궁금해하는 듯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과거에는 점집 하면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나 드나드는 특수 장소로 인식되었으나 요즘에는 MZ세대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 갈 나이에 이르러 인간은 연애·결혼·취업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누구와 결혼하고 어떤 직업을 갖느냐 하는 문제는 단순한 미션이 아니라 한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큰 이벤트다.
점을 보는 사람들은 이 일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운명의 결과로 생각해 초월자에게 문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여기서 내 힘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연애·결혼·취업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면 뭐 하러 점을 볼까? 그래도 미래를 아는 것이 덜 불안하기 때문일까.
공자의 어머니 안정제는 무녀였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공자는 점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제자들이 귀신에 대해 물으면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면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논어 선진편)고 말했다.
또 술어에 보면 “공자께서는 괴이한 것과 힘센 것 그리고 어지러운 것과 귀신에 관한 것은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대목이 나온다.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의 저자 제갈건은 공자가 귀신을 꺼린 이유에 대해 “첫째로 공자는 사람들이 어찌할 수 없는 것,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래도 어찌해 볼 수 있는 것,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둘째로 공자는 사람들이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자극하는 데 삶의 의미를 두기보다는 떳떳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즐거움을 얻기 바랐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어찌해 볼 수 있는 것만 감당하기에도 삶은 버겁다.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갔다.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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