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고량자제를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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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만끽하다 세력 말아먹은 두 위인
22대 총선 108번뇌 재현되어선 안 돼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1 06:30:50

▲ (왼쪽부터) 나경원 의원·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윤상현 의원·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의공(衛懿公)은 춘추시대 위나라의 19대 국군(國君)이다. 송강왕(宋康王)은 전국시대 송나라의 처음이자 마지막 왕이다. 약 400년 간극을 두고 각각의 시대를 살아간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고량자제(膏粱子弟·고생이라곤 모르고 산 사람)로서 소속 세력을 크게 말아먹었다는 점이다.

강왕은 처음엔 좌우 도움으로 승승장구했다. 기원전 318년 칭왕(稱王)한 강왕은 제(齊)·초(楚)·위(魏)·한(韓) 등과의 싸움에서 모조리 이겼다. 실패 없이 성공만 맛본 탓이었을까. 강왕은 교만해져서 자기 우상화를 일삼았다.

하루는 소의 피를 담은 가죽주머니를 매단 장대를 세운 뒤 화살을 쐈다. 그러고는 “하늘이 강왕에게 패해 피 흘린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천명사상(天命思想)이 지배적인 시대에 자신을 하늘보다 드높이는 불경을 저지른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백성을 착취하고 충신을 참하며 신하의 처첩·재산을 뺏는 건 당연했다. 사람들은 전설상의 폭군 걸왕(桀王)에 빗대 강왕 치하 송나라를 걸송(桀宋)이라 불렀다.

의공도 제 사심만 채우기 바빴다. 그는 스스로를 학의 고고한 자태를 지닌 군자(君子)로 포장·과시하려는 듯 수많은 학을 기르며 ‘벼슬’을 하사했다. 백성의 고혈 빨아 마련한 혈세로 학장군들 먹일 곡물도 수입했다.

두 고량자제로 송·위는 멸망하거나 패망 직전까지 갔다. 제·초·위 연합군은 강왕의 무도함을 벌한다는 명분으로 송을 쳤다. 강왕은 자신을 꾸짖는 연합군 도발에 발끈해 출진했다가 잡혀 죽었다. 송나라는 전신(前身)인 상(商·은)나라 때부터 이어진 약 1400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위는 어느 날 침략한 이민족 북적(北狄)에 맞서려 했으나 상당수 장졸은 “학장군들더러 싸우라 하십쇼”라며 무기를 내던졌다. 의공은 소수 부대만 이끌고 몸소 출정했으나 대패해 끔찍하게 목숨을 잃었다. 만백성 중 오직 대부 굉연(宏演)만이 의공의 죽음에 통곡하며 부복납간(剖腹納肝)했을 따름이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4파전으로 치러진다. 두 후보는 고량자제로 승승장구해 왔으며 한 후보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나머지 한 후보는 4년간의 백의종군(白衣從軍)은 물론 ‘연판장 사태’ 등까지 겪은 바 있다. 고량자제 사령탑의 말로가 어떠한지는 108번뇌에 휩싸인 당의 22대 총선 결과가 잘 말해 준다. 더 이상의 웰빙 보수는 안 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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