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이의 난세치세(亂世治世)] 내부의 敵에 취약한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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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2 06:31:10

▲ 박정이 (예)육군대장·밀리테크협회 회장·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자유민주주의는 인류가 경험한 정치체제 가운데 가장 우월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무런 약점도 없는 완벽한 제도라고는 볼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갖고 있는 약점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내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이 허약하다는 점이다. 내부 적의 공격에 약한 자유민주주의의 취약점은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 주는 그 체제의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내부의 적이라도 그들이 명백히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한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 없으며, 내부의 적들이 법률을 위반하여 구금되었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 징역형을 살고 나면 다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허용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안정되게 유지하고 그 장점이 효율적으로 발휘되도록 하려면 내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 가운데 방어 체계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서독은 1949년 건국할 때부터 기본법과 여타 법률들을 통해 방어 체계를 갖춰 왔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반체제 및 국가안보 위협 정당과 사회단체 해산, 교수 자유의 제한, 반체제인사의 기본권 박탈, 반체제 세력에 대한 국민 저항권 보장, 공무원의 체제 충성 의무, 헌법수호법·긴급사태법·테러방지법, 헌법 수호청, 연방 정치 교육센터 등…. 서독은 이와 같은 강력한 방어 체계를 기반으로 이룩한 안정된 민주주의와 경제적 풍요를 토대로 동독을 흡수 통일했다.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체계는 극히 허약하다. 헌법에 정당 해산 조항이 있으나 그 내용이 빈약하고, 반체제활동을 하는 사회단체를 해산시킬 수 있는 법률도 없다. 국가보안법이 있으나 그 내용 또한 반체제 세력을 효율적으로 규제하기에는 매우 허술하다. 반체제 세력을 감시하는 업무만을 수행하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국가기관도 없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보호에 필요한 정치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도 없으며, 공무원의 체제에 대한 충성 의무를 명확하게 요구하는 법률도 없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국가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반체제 세력이 매우 큰 규모로 존재하며, 그 반체제 세력의 주도권을 외부의 적과 연결된 종북 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국가를 흔들어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방어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데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실천하고 종북 세력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제거하려면 자유민주주의 방어 체계 구비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 방어 체계를 살펴보면 헌법 제8조 제4항 ‘위헌정당 해산 조항’은 반체제적 정당을 해산시키는 조항이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 필요할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다’는 것도 체제 수호를 위한 조항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의 방어 체계가 매우 허약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방어를 위해서는 다른 형사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일반법에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 방어 체계를 살펴보면 국가보안법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유일한 일반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이른바

‘자유를 위협하는 적에게 자유를 줄 수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규범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계속 존속해야 하는 국가 체제 유지의 필수법이다.

방어적 민주주의라함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거나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의 체계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헌법 질서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그와 투쟁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자기수호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인민 주권과 다수결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할 경우 민주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파시즘이나 근본주의와 같은 정치 세력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 민주주의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요청된다. 즉, 민주주의의 붕괴 원인이 민주주의에 내재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외적인 별도의 방어 체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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