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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이후 중동 정세가 급속히 변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지정학적 균형에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란 핵문제를 넘어서 미국이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한국은 이번 충돌의 외곽에 있지 않다. 에너지 의존도와 외교·안보의 구조, 경제 실리 등 복합적 요소들이 얽힌 가운데 우리 외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이란 석유 공급 차단 시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곳이 중국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 중 90%에 가까운 물량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10~12%가 이란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중국 정유업체들은 제재받는 이란의 원유를 싼값에 매입해 왔다. 중국에게 이란은 단순한 산유국을 넘는 전략적 공급처라는 말이다. 미국은 이 점을 정밀하게 겨냥한다.
이는 곧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장기적으로 중동 패권을 미국이 주도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값싼 이란산 원유로 인해 자국 정유산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으며, 미국의 이번 움직임은 그러한 경제 구조를 정면으로 흔드는 셈이다. 에너지 전쟁의 양상 속에서 이란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요충지다.
한국도 이 파장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2%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경로가 봉쇄될 경우 에너지 공급 위기에 즉각적으로 직면하게 된다. 이 와중에 정부는 24~25일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 설명했지만 미국과의 외교 접점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국정 운영과 안보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낮고, 국내적으로도 추경 예산 처리와 내각 인선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고위급 외교 기회를 스스로 축소한 모양새가 되면서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주요 현안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이 러시아와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미국의 압박과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만 기울 수 없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지만,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은 이제 흔들림 없는 입장을 취해야 할 시점에 있다. 특히 미국과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보는 동맹의 근본을 흔들며, 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실효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의 구조적 취약점인 에너지 의존도 역시 여전히 해결 과제다. 중동에 치우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국내 비축유 확충 등 실질적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한계가 명확하다.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맹국으로, 한국이 미국과의 신뢰를 공고히할수록 에너지 안보는 강화될 수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이 외교적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국은 다양한 다자외교 채널을 적극 활용해 신뢰를 회복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외교 행보에서 우선순위를 미국에 두는 동시에 실용성과 전략성을 잃지 않는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 우리의 외교가 ‘기회’를 낳느냐 ‘위기’를 자초하느냐는 전적으로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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