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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오래전 캐나다 언론학자 마셜 맥루언이 한 유명한 말이다. 그만큼 미디어와 언론이 인간의 지각, 지식 그리고 정보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미디어는 문화의 내용을 구성하고, 사회적 고정관념과 인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린 듯하다. 20년 전 미국 매체 비평가 닐 포스트먼이 지적한 대로 언론 미디어는 ‘죽도록 즐기기’에 빠져 취해 버린 듯하다. 언론과 미디어의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오락과 쇼비즈니스에 몰두하면서 ‘감각의 제국’을 추구해 왔다.
이 시기는 미국과 유럽에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하는 ‘PC이데올로기’가 비온 뒤 독버섯처럼 돋아나던 때와 일치한다.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이것은 정교하게 기획된 일이다. 즉, 언론과 미디어계에 비판이론과 문화이론의 가면을 쓴 좌파 이데올로기, 네오막시즘이 유행하게 된 것과 괘를 같이하는 현상인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론대로 그들은 ‘문화를 통한 진지전’을 전개하기 위해 당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영상 매체 TV와 영화에 집중 침투했다. 한국의 문화·연예계는 90%가 좌파라고 하는 말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계와 언론계는 그 문화의 수요자이고 소비자이다.
미디어의 힘을 통해 픽션을 역사와 동일시하는 착시 효과까지 더해져, 대중은 인지 오류에 빠지게 됐다. 허구와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거짓과 진실을 식별할 능력도 마비되고, 적과 아군을 판별할 자기방어 기제도 상실한 것이 지금의 실제 상황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한때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요 활동 공간이었다. 전문가들의 지식 토론과 정보 교류의 공론장이었다. 거기서 그 사회 그날의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이 이뤄졌다. 그것은 자연적 현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공학자들과 미디어 전략가들에 의해 고의적 의제 설정과 프레임(틀) 만들기가 횡행하고 있다. 미디어는 전쟁의 주요 전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뉴스 프로그램은 ‘눈에 보이는 특정 의도와 레토릭’이 지배하고 있다.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척 모양새만 취하고 은근한 왜곡과 노골적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사실과 진실을 파헤치고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저널리스트들의 활약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레전드가 되어 버렸다.
미디어는 대중이 ‘죽도록 즐기기’에 몰두하도록 연예인들의 장기자랑이나 신변잡기 늘어놓기에 열을 올린다. 또,설령 올바른 의도와 사고를 지닌 제작자가 있다 하더라도 쇼 비즈니스로 연명하도록 만들어 대중의 말초적 취향에 집중하게 해 결국 고사시킨다. 즉, ‘대중의 의식 마비시키기’에 집중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을 망각한 미디어의 현실이다. 이제 미디어, 특히 TV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처럼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먹는 약 ‘소마’의 기능을 할 뿐이다.
예전에 언론사는 언론고시로 통하는 힘든 선발 과정을 거친 엘리트들의 본부였다. 그 언론과 미디어가 이제는 현대판 음서제와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 즉 DEI를 명분으로 하는 PC이데올로기 정책의 위장전술인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필요한 지식과 실력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들의 놀이터로 변질된 지 오래다. 조작된 이력서로 입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들이 심지어 북한의 지령까지 받았던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저널리스트 정신을 발휘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노조의 노예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적에게 우호적인 집단에 호의적인 기사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에게는 적대적인 뉴스를 뽑아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언론 미디어가 조작된 가짜뉴스까지 제조하는 ‘뉴스공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 언론을 포함해 지성계는 내우외환의 와중에 있다. 내부에서는 친북·친중 좌파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해외유학파는 네오막시즘, PC이데올로기, 워키즘(wokism·깨어 있는 시민주의)이라는 좌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반전주의, 환경주의, 남녀평등주의, 약자 보호 등으로 위장해 대중의 감정과 의식 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언론과 지식인 등 지성계에 필요한 것은 ‘위선의 가면’ 뒤에 가려진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보는 힘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내는 힘, 쇼와 실제 상황을 판단하는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사실로 위장한 쇼’에 속지 않아야 언론과 지식인이 산다.
진정한 양심과 진짜 정의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죽은 언론과 지식인의 사회’를 벗어나 진리와 진실과 사실이 지배하는 세상을 열기 위해서다. “진리와 진실은 구하는 자에게 문을 열어 준다”고 했다. 의지가 있는 한 희망은 마지막까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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