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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에 출석해 향후 국방전략 방침을 자세히 밝혔다. 늦여름쯤 발표될 새 국방전략(NDS)에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중시’와 이를 위한 동맹국들의 분담 확대 기조가 명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신NDS을 “동맹국·파트너국이 국방 투자를 강화하게 함으로써 우리(미국)가 집중해야 할 영역에 집중하도록 하는 구상”이라고 요약했다.
NDS란 미국이 직면한 주요 위협 등 국방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제시하는 문서다. 통상 새 행정부 출범 직후 새로 작성된다. 이날 해당 소위원회에 제출된 국방장관 성명엔 “세계 패권 열망이 분명한 중국” 인식과 ‘제1도련선(島鏈線·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보를 물리치기 위한 미군 역량 현대화 최우선’ 방침이 적시됐다. 서태평양도 화제에 올랐으며, 헤그세스 장관은 이 역시 “대(對)중 억제로 귀결된다”고 짚었다.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고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핵 3축(대륙간탄도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전략폭격기) 유지뿐 아니라 수십 년 걸친 우리의 핵무력 현대화를 완수해야 한다”는 게 이날 청문회에서 분명해진 결론이었다. 2026회계연도에 핵무력 현대화 및 유지에 500억 달러(약 68조 원), 핵무기 관련 지휘·통제·통신 체제에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명분 또한 재확인된 셈이다.
호주와 영국은 긴장한 분위기다. 중국 견제를 위한 부담 나누기 원칙을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재천명한 이날, 로이터통신에선 미국 정부의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동맹) 재검토 착수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미국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오커스) 효익과 기회 극대화를 위해 미국·호주와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도 “오커스 방위 협정에 전념하고 있으며 재검토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호주가 특히 절박해 보인다. 한때 대표적 친중국가였던 호주는 한 발 앞서 중국공산당 영향력에 위기를 감지한 후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전략 대전환을 이뤘다. 2021년 민주당 정부 시절 맺어진 오커스 협정은 광대한 인·태 지역 내 원자력 추진 잠수함(재래식 무장) 역량 강화가 핵심이며, 중국 위협에 대한 초국적·초당적 공감대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최대 5척을 호주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며, 호주·영국이 미 첨단기술을 도입한 재래식 무장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공동 개발해 2030년대 후반~2040년대 초반 선보이기로 돼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잠수함 생산이 지연과 비용 초과에 시달려 왔고 일부 현 정부 당국자가 오커스 프로그램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미 국방부 답신를 소개했다. 답신엔 “헤그세스 장관이 분명히 밝혔듯 이것(오커스 재검토)은 우리 장병들의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고 동맹들이 집단안보에서 자기 부분을 온전히 책임지도록 하며 우리 수요에 충족하도록 방위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이라고 한 대목이 있다. ‘불만족스러운 상태이니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오커스 협력에 부정적인 고위당국자로 동맹 정책을 수립하는 미 국방부의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이 있다. 콜비 차관은 작년 영국의 싱크탱크 행사에서 미 원자력 잠수함이란 희소한, 대단히 중요 상품이며 자국 수요를 맞출 만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가장 필요한 때에 왜 이 왕관보석 같이 귀한 자산을 양도해야 하나,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단안보에 부정적인 트럼프’ 식의 시각과 미 조선 역량 약화로 핵잠수함 자국 수요도 못 맞추면서 동맹국에 판매할 여력이 있겠냐는 판단이 겹친 가운데 오커스 폐기 가능성까지 대두된 셈이다.
중공의 세계 전략 아래 치명적 상황을 겪은 주요국들 사정을 폭로한 단행본이 모든 언어권 통틀어 수십 종 출간됐다. 최초로 최대 주목을 받은 저서가 호주 언론인 클라이브 해밀턴의 ‘조용한 침공’이다. 호주 사회 각계각층에 깊숙이 침투한 중공의 지배력 확대 양상을 폭로한 이 책은 2018년 후폭풍과 보복을 두려워한 출판사 여러 곳에서 외면 당한 끝에 겨우 나왔다. 책 내용이 큰 반향을 부르자 중국 정부는 “반(反)중국 음모론의 교과서”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중국계 이민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우려한 일부 주장에 저자는 “중국인 비판이 아니라 중공의 공작을 말한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1~2만 명에 불과하던 호주 내 중국계 인구가 개혁개방 이래 급증해 현재 약 140만이다(호주 인구의 5.5%). 이들 신·구 화교의 중공관(觀)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절대다수인 1978년 이후 이주자가 중공 체제 아래 자란 사람들이라는 점이 문제다. 해밀턴의 책에 따르면 언론 자유, 정치자금, 학문적 개방성 등 서구 자유민주주의 특성을 활용한 중공의 은밀하거나 노골적인 공작이 전개돼 왔다. ‘조용한 침공’은 호주의 국가 전략 자체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후 쏟아진 유사한 책들의 시효가 되면서 미·중 대결과 일대일로 핵심 고리인 나라들의 보편 현상임이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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