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시 골수검사·복부CT 요구는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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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혈병환우회, "유전자검사로 충분…기준 개선 시급"

주경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9 11:40:24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산정특례 재등록 과정에서 골수검사와 복부CT검사를 요구하는 기준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9일 이러한 요구가 불필요한 검사로 환자에게 육체적·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산정특례 재등록 신청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황 모(83세)씨는 2019년 상급종합병원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 후 산정특례 등록을 받고 5년간 표적치료제 글리벡을 복용해왔다. 그러나 재등록 신청 시 골수검사와 복부CT검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으며 재등록이 거부됐다.

황씨는 현재 임시 연장 상태로 산정특례 혜택을 유지하고 있으나 매달 연장 신청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족들은 "유전자검사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데도 고통스러운 골수검사와 방사선 노출이 있는 복부CT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과 환자단체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기준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도 "대다수 병원은 유전자검사 결과만으로 재등록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준을 일원화해 환자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산정특례위원회에서 기준이 결정되며 회의가 연 1회 열려 즉각적 개선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 환자에게는 골수검사 면제를 검토할 수 있으나 영상검사(복부CT)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2001년 표적치료제 글리벡 출시 전까지 생존율이 낮았으나, 현재는 10년 생존율이 90%에 달한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는 3개월마다 유전자검사로 경과를 확인하며 골수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유전자검사만으로도 치료 경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어 골수검사와 복부CT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추가 비용과 환자 고통을 줄이기 위해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1만5천251명에 달한다. 재등록 시 불필요한 검사 요구로 연간 21억~3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혈액학회 등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기준을 신속히 개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병원마다 재등록 기준 적용에 차이가 있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병원에서는 유전자검사 결과만으로 재등록이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여전히 골수검사나 복부CT 검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공단은 환자 중심에서 기준을 재검토하고, 황씨 사례처럼 유전자검사만으로도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경준 기자 gjju@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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