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벌 총수 중에서도 캐릭터가 독특하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김승연 회장의 불같은 성격은 재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 프라자호텔 전면 리모델링 당시 직원 전원에게 유급휴가와 고용승계를 보장한 사례나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한화건설 직원들이 회를 먹고 싶다고 하자 바로 광어회 600인분을 떠서 비행기에 실어 나른 사례만 봐도 여러 모로 화끈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2007년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자 경호원들을 대동해 클럽 종업원들에게 보복 폭행을 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아들이 폭행당한 걸 참지 못해 저지른 일이라는 점에서 김승연 회장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요즘에는 꼴찌팀의 대명사가 돼 버린 한화 이글스에 고액을 들여 FA 선수를 들여 주고 신구장 건설도 아낌없이 지원하는 등 자기 사람을 확실히 챙기는 화끈한 큰형님 이미지가 강해졌다.
김승연 회장의 이러한 성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과 이후 지분 증여에서도 나타났다. 유상증자가 경영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지분을 승계해 승계 작업을 매듭짓는 것은 확실히 김승연 회장다운 행보다.
만약 한화그룹의 역사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김승연 회장이 “그냥 주식 줘서 승계 끝내 버려!”라고 하는 등의 대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이사가 유상증자가 논란이 되자마자 자사주 30억 원을 매입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신속하고 과감한 행보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대표의 결정으로 한화 주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됐다. 유상증자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낮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실적을 내거나 이후 주주가치 제고에 더 힘쓴다면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물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 여러 의혹이 있고 논란을 덮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정정 요구와 함께 조사에 나선 만큼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무언가가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기업의 유상증자와 분할 상장이 대주주만을 위해 소액주주들의 돈을 털어가는 파렴치한 행보로 해석되는 시대에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하더라도 빠른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주가 하락에 분노한 주주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주주가치를 위한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보다는 정면 돌파를 통해 주주의 이득을 배려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백 배 더 낫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상법에 적힌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업에서 기업과 주주로 확대하기 위해 이렇게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국장의 신뢰 하락에 있다. 기업 오너 일가와 경영진이 진작 주주 가치를 생각하는 행보를 보여줬다면 굳이 법까지 바꿔 가면서 주주들을 챙기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계속 있을 유상증자나 분할 상장 논란에서 다른 기업들 또한 한화그룹처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들을 늘어놓으면서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화끈한 한 번의 행보가 더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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