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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사면과 ‘간담초월(肝膽楚越)’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1-30 14:25:21
 
 ▲ 김종우(자유기고가)
간담초월(肝膽楚越)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뱃속의 간과 쓸개처럼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견해가 다르면 멀게 보이고, 또 서로 다른 것도 같은 것으로 보임’을 비유한 말이다.
 
출전인 장자(莊子)의 덕충부(德充符)를 보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중국 노(魯)나라에 왕태(王胎)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형벌을 받아 발이 잘렸지만 덕망이 높아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신하인 상계(常季)가 “왕태는 죄를 지은 자입니다. 그런데 그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별로 가르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를 찾아갔던 사람은 반드시 흡족해서 돌아갑니다. 참으로 이상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공자는 “아니다. 그는 성인이다. 한번 찾아가고 싶은데 아직 그 기회가 없었다. 그를 스승으로 우러르고 싶을 정도이다”고 설명했다.
 
상계는 의아해 하며 “그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일까요?”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죽음과 삶을 초월하고 있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이에 거스르지 않고, 도의 근본을 잘 지키고 있다. 비록 발을 잘렸지만 그것을 흙에 떨어뜨린 것처럼 조금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 훌륭한 인물이다”고 응답하면서 왕태를 칭송했다.
 
그렇다.
 
간담초월은 ‘간과 쓸개처럼 같은 몸 안에 있을지언정 마음이 맞지 않으면 마치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서로 등을 지고 만다’는 뜻이다. 관계가 가까운 것일지라도 입장에 따라서는 멀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단행한 특별사면과 관련, 2월 국회에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수차례에 걸친 우려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특사를 단행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특사를 강행한 이 대통령과 ‘책임론’을 앞세운 박 당선인의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고 형기를 마치지 않은 대통령 핵심 측근을 특별 사면한 것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다”라고.
 
야권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진 못할망정 오직 자신들의 사욕과 안전을 챙기는데 쓴 이 대통령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며 질타했다.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박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의해 박 당선인은 집권 전부터 ‘신뢰와 원칙’이라는 스스로의 정치적 자산이 의심받는 상황까지 도래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의 특사 논란은 이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 과연 ‘박 당선인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말해주는 단면의 한 표출(表出)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재, 특사 논란 외에도 휘발성 높은 사안들이 둘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내곡동 사저’ 특검 역시 그런 사안이다.
 
정가에서는 이미 이 대통령과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평가의 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과연 ‘MB 파고’를 넘어설 박 당선인의 ‘위기돌파 방정식’이 무엇일지 세인(世人)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정권 교체를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대의를 망각한 채 대의명분을 훼손하면서 간담(肝膽)마저 초월(楚越)이 되어 대실(大失)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지? 신구 정부 간의 갈등이 더더욱 증폭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바가 실로 적지 않다. 하지만 당연, 기우(杞憂)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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