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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본지가 2일 확인한 결과 올해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새 1조 원대 이상 늘었고, 그중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7000억 원 대에 그쳤다. 전월 동기간 1조2000억 원이 증가한 것 대비 약 40% 감소한 수치다.
반면 신용한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1조519억 원 불어나며 신용대출 전반의 증가를 이끌었다는 집계가 잇따랐다. 실제로 “주담대 창구가 좁아지자 마통으로 선(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는 은행권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배경을 6·27,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6·27 대책에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크게 좁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했다. 이어 10·15 대책에선 서울 전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묶는 ‘삼중 규제’를 도입했다.
특히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담대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크게 낮춰 현금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했고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선 2년 실거주 의무로 갭투자(전세끼고 매수)를 사실상 봉쇄했다. 이 조합은 갭투자 차단과 레버리지 축소에 효과를 냈지만, 동시에 담보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대기수요를 신용한도대출로 밀어내는 풍선효과를 초래했다. 소액·단기 유동이 필요한 매수 대기자, 세금·중도금 등 시간 제약이 있는 차주는 한도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025년 1~9월 서울 주택매매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작동하면서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에서 6억 원 이상 대출을 끼고 매수한 비중이 대책 이전 36%에서 이후 39%로 오히려 높아졌다”며 “고소득층은 주담대에 신용대출을 더해 규제를 우회했고,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청년층은 시장에서 밀려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5대 은행의 지난 10월 요구불예금은 9월 말 대비 약 20조1000억 원 줄며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요구불예금이 뚜렷한 용도 없이 머무는 대기성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금 이탈은 ‘용처를 찾아 자금이 이동한 결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권에선 완화 기대 속 위험자산 선호 회복으로 예탁금·종합자산관리계좌(CMA)·주식형 상품 등 증시 관련 그릇으로 현금이 옮겨갔다는 분석과 함께, 규제 강화로 줄어든 주담대 한도를 보전하거나 취득세·각종 부대 비용·이사비 등 주택 거래 관련 현금 수요가 커졌다는 진단이 동시에 제기된다.
덧붙여 성장 둔화로 가계·자영업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며 생활·운영 자금 보전에 예금이 소진됐다는 평가, 낮아진 원화 예금금리를 피하려 달러예금·해외 머니마켓펀드(MMF)·단기채형 상품으로 분산 이동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우대금리를 제시하거나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연금계좌 등 절세형 계좌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예금 이탈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신용한도대출 급증에 따른 건전성 리스크에 대비해 한도·만기·상환유도장치를 정교화하고 DSR·상환 스케줄 상담을 강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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