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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방송통신 거버넌스가 법적으로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지난달 1일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위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두 기관 모두 의결 권한 없이 행정만 유지 중이다. 옛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폐지됐지만 후속 기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미통위와 방미심위는 위원장과 위원이 모두 공석이며 직무대리와 사무총장이 국정감사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합의제 기구의 본질인 심의·의결 절차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방미통위는 방송·통신 정책과 이용자 보호를 담당하는 핵심 규제 기관으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2명(위원장 포함)을 지명하고 여당 교섭단체가 2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으나 여야 대립으로 절차가 멈췄다.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며 실제 임명은 이달 하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의 대립은 법 제정 과정부터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방미통위 설치법을 “임기가 남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법안”이라 비판하며 지난 9월 필리버스터를 벌였다. 법 시행 후에도 야당 몫 추천을 거부하며 “위원 구성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정 방송3법 시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방송법 등은 새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방송문화진흥회, KBS, EBS 새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지만 관련 규칙을 제정할 방미통위가 없어 일정 내 선임이 불가능하다. KBS는 이달 26일, 방문진과 EBS는 다음 달 9일까지 새 이사회를 출범시켜야 하지만 추천 절차를 명시할 규칙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방미심위 역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방미심위는 방송·통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관으로 대통령 임명 또는 국회 추천을 통해 구성된 9명의 위원으로 운영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 간 호선으로 선출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단 한 건의 심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직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 승계 여부도 논란이다. 지난해 위촉된 김정수·강경필 위원은 “불승계 조항이 없어 자동 승계된다”고 주장하지만, 방미심위 사무처는 “신설 기관인 만큼 직위 승계는 불가하다”고 해석했다. 최광호 방미심위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국정감사에서 “위원이 없어 직무대행이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공백으로 심의 지연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지난달 2일 기준 방미심위에 미처리된 심의 안건은 16만8000건에 달한다. 특히 캄보디아 등에서 발생한 불법 구인 광고나 인신 범죄 관련 온라인 게시물 심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방미통위 주도로 관계기관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나 방미심위 의결이 없어 게시물 삭제는 플랫폼 자율 규제 요청에 그쳤다.
결국 방미통위와 방미심위는 법적으로만 존재하는 형식적 기구로 남아 있다. 행정 조직은 갖춰졌으나 의결 주체가 없어 정책 결정, 인사, 심의, 제재 절차 모두 멈춘 상태다. 여야가 위원 추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새 미디어 규제 체계의 정상화는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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