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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개최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제네시스 G90, G80 등 의전 차량이 190여대 제공된다. 세계 톱클래스 우리 자동차 산업의 위용이 번쩍 빛날 것이다.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각국 귀빈들이 머무는 부산과 포항 일대와 경주를 오가는 수소 셔틀버스와 전시될 신형 수소전기차 넥쏘(The all-new NEXO)다.
수소 셔틀버스 20대(현대차)는 SK 이노베이션이 제공했다. 액화수소 생산 및 충전 사업 등 수소 에너지 분야 글로벌 리더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는 SK 이노베이션이다. 신형 넥쏘는 현대차가 2018년 선보인 넥쏘를 7년 만에 업그레이드한 후속작이다. 수소 탱크 용량이 늘어 한 번 충전에 720km 주행 가능하다. 이렇게 현대와 SK가 우리 첨단 수소 기술의 우수성을 글로벌 리더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40여 년 전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오일 쇼크를 겪으며 어찌나 그 충격이 컸던지 ‘맹물로 가는 자동차’ 제하의 영화를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맹물의 주성분인 수소로 가는 자동차 상용화에 성공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2002년 선보인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에서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 에너지원임을 제시하며, 2020년경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수소는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1’로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만큼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이로써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할 수 있게 되어 기후변화 방지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문제다. 왜냐하면 현재 생산 수소의 90% 이상이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처리 공정을 통해 얻는 ‘그레이 수소’다. CO₂가 나온다. 이때 부산물인 CO₂를 포집하는 과정을 거치면 ‘블루수소’, 태양광 등 재생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확보하면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땅속 수소를 석유처럼 캐내는 천연 ‘골드수소’다.
실제 1980년대 말 아프리카 말리에서 우물을 파다가 물 대신 바람이 나왔고 담배 피우던 인부가 얼굴을 들이 밀자 폭발, 화상을 크게 입어 천연 수소의 존재가 부각되었다. 현지 부유한 사업가가 수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했다.
19세기 고래기름 공급 부족으로 세계가 에너지 위기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석유를 대체제로 생각했다. 그러나 땅에서 흘러나오는 석유만 생각했지, 채굴은 생각하지 못했다. 1859년 E. 드레이크가 미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 시추를 제안했을 때 투자자들은 “땅속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하는 미친놈“이라고 했지만 결국 유정을 발견했고 석유시대가 시작되었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현재 무궁무진한 천연수소 발굴 작업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공사도 2022년부터 전국 5개 지점에서 천연수소를 탐사, 수소 발생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매장량과 상업성 확인 작업은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했고 유럽에서 엑시언트가 운행되고 있으며 넥쏘는 세계 수소 승용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APEC 수소 버스와 넥쏘에서 토함산 일출처럼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서광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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