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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시절 발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 축소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이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영관급 장교에게 직접 수사 축소를 지시한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보좌관은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군사 참모로, 장관의 의중을 현장에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다.
특검이 입수한 녹취에는 박 전 보좌관이 “장관 지시 맞다”, “(혐의자를) 6명으로 하지 말고 2명만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하는 육성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종섭 당시 장관의 명의로 수사 대상이 축소됐다는 사실상 최초의 음성 증거로, 사건 은폐 의혹의 핵심을 꿰뚫는 결정적 단서로 평가된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7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해병대 1사단 소속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고, 해병대 수사단은 즉각 초동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단은 현장 지휘 책임과 작전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하고, 8월 2일 경찰에 정식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곧 정권 차원의 개입에 직면했다.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참석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이종섭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을 보류시켰고,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돼 재검토에 들어갔다.
열흘 뒤인 8월 21일, 조사본부는 대대장 2명만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재이첩했으며, 초기에 수사단이 혐의를 인정했던 임성근 전 사단장을 비롯한 상급 지휘관 6명은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에 확보된 녹취록은 바로 이 혐의자 축소 결정의 배경에 박진희 전 보좌관의 개입과 '장관 지시'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해석된다.
특검은 이 일련의 과정을 조직적 수사 외압으로 판단하고, 박 전 보좌관이 대통령실 또는 국방부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그간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으로 알려졌던 이 사안이 단순한 내부 충돌이 아닌, 정권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였다는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녹취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장관의 지시냐”는 질문에 “맞다”고 응답했으며, “2명만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는 단순한 지휘 의견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 제시에 의한 수사 개입으로 해석된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8월 1일 대통령실 회의 직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지휘책임은 징계, 수사 의뢰는 확실한 경우만”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으로 이어졌고, 박 대령은 군검찰에 의해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박 대령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구성된 특검팀이 해당 사건의 수사 정당성을 재조명하면서, 그는 최근 해병대 군사경찰 병과장으로 복직했다. 박 대령은 최근 특검 참고인 조사에 출석해 “특검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며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고, ‘VIP 격노설’의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당시 수석회의 참석자 일부는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발언하며 격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조만간 박 전 보좌관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며, 이종섭 전 장관과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윗선의 직접 개입 여부를 본격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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