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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은 인수했는데 직원은 삭제했다.”
“정당한 협상 없이 정당한 일터는 없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은 24일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시위를 했다. 두 노조는 벌써 두 달 넘게 우리은행 본점 앞 등에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자 노조는 매각 위로금과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우리금융지주는 매각 위로금을 왜 매각 주체가 아닌 매수 기업(우리은행)에 요구하느냐고 묻는다. 어찌 되었든 노조는 월 기본급의 1200%에 해당하는 매각 위로금과 10년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매각 위로금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사측의 의무는 아니다. 게다가 매각 위로금은 통상적으로 매도자가 지급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급이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 양 노조는 대주주인 중국 다자(大家)그룹에 이를 요구해야 한다.
다자그룹이 위로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자그룹은 약속과 달리 위로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와 노조의 약속을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도 없다. 매각 위로금을 놓고 상황이 꼬이자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는 우리금융지주가 다자그룹을 대신해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자그룹은 2015년 동양생명을 인수했고 2016년 ABL생명을 사들였다. 동양생명 인수금은 1조1319억 원이고 ABL생명 인수금(35억 원)까지 포함하면 1조1354억 원이다. 물가상승과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다자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면서 손해를 봤다는 의견도 있고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한 금액(1조5500억 원)이 인수금보다 크다는 이유로 이익을 봤다는 시선도 있다. 아무튼 다자그룹은 위로금 지급 문제로 ‘먹튀(먹고 튀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2021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중국 금융당국이 민영화를 추진하자 다자그룹이 매각 의사를 밝혔다. 인수 의사를 밝힌 우리금융지주와 오랫동안 M&A 협상을 거쳤고,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일 M&A를 승인했다. 동양생명 지분 약 75%와 ABL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한 우리금융지주는 7월 중 주주총회를 개최해 나머지 절차를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노사 문제가 생기면 약자인 노조에게 마음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양생명 노조의 요구를 보면 제3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분명히 ‘매각’ 위로금인데 왜 ‘매수자’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일까.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우리금융이 도의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지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우리금융지주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아도 우리금융지주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경우는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양 노조는 다자그룹이 위로금을 주지 않고 ‘먹튀’할 것이 확실해지자 이를 우리금융에게 대신 내 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요구다. 아울러 기본급의 1200% 해당하는 금액 자체도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10년간 고용 보장 요구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노조가 고용 보장을 요구하더라도 통상 3~5년 정도인데 10년은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매수자에게서 매각 위로금을 받기 위해 과도한 요구 조건을 내세웠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조의 억지가 관행이 되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앞으로 어떤 기업이 선뜻 인수에 나서겠다고 할까.
“직원을 삭제했다”든가 “정당한 협상이 없다” 등의 논리는 억지로 보일 여지가 많다. 노조가 요구사항을 피력하더라도 최소한의 상식이라는 기본 원칙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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