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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잃은 채 수직 추락… 해상초계기 사고 원인 ‘기체 결함’ 무게

기상 양호한 상황서 6분 만에 추락, 정 조종사도 숙련자
“엔진 계통 기계적 문제 가능성” 음성녹음장치 분석 착수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1 15:22:08

▲ 5월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해군 초계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해군 해상초계기(P-3CK)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군은 사고 당시 초계기가 추진력을 잃은 채 수직으로 가까운 각도로 추락한 정황을 확인하고, 기계적 이상 여부를 조사 중이다.

1일 해군에 따르면, 해당 초계기는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반복 이착륙 훈련 도중 추락했다. 사고기는 오후 1시43분 포항기지를 이륙해 1차 훈련을 마친 뒤,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 선회 중 오후 1시49분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 임무를 맡았던 장교 2명과 부사관 2명 등 총 4명이 숨졌다. 순직 장병은 정조종사 박진우 중령(해사 68기, 이하 추서 진급된 계급), 부조종사 이태훈 소령(해사 73기), 전술사 윤동규 상사(부사관 260기), 전술사 강신원 상사(부사관 269기)다.

기상 상태는 양호했고, 정조종사는 17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에 포항 근무도 5년에 달해 비행 환경에도 익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1분 전까지도 관제탑과의 교신은 정상적이었으며, 비상 상황 언급은 없었다.

군이 30일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초계기가 우선회를 위해 기체를 기울이던 중 갑작스레 추진력을 잃고, 조종석이 지면을 향한 채 회전하며 급강하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 측은 엔진 계통에서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추락한 P-3CK는 1966년 제작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기체로, 미 해군에서 퇴역한 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조해 2010년부터 해군에 인도됐다. 이번 사고기 역시 2021년 창정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기체의 노후화와 소수 기체 운용에 따른 혹사, 부품 단종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고 당시 주민들도 “이상한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돌다가 급강하했다” “휘청이며 순식간에 떨어졌다”는 등 비정상 비행 상황을 증언하고 있어 기체 결함설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다만 군은 조류 충돌이나 난기류 등 외부 요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고기에는 항공기 자세와 속도 등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행기록장치는 없지만, 조종사 간 대화가 기록된 음성녹음 저장장치(CVR)는 회수됐다.

해군은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군은 사고 항공기 잔해를 해군항공사령부로 이송, 민간 전문인력을 포함해 합동 사고조사를 할 계획이다. 해군은 사고 발생 이후 모든 항공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고 특히 P-3 해상초계기를 특별안전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해군 초계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장병 4명의 합동 영결식이 1일 오전 경북 포항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해군장(葬)으로 열렸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는 군 주요 지휘관, 해군·해병대 장병과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순직장병에 대한 경례, 약력 보고, 해군참모총장 조사, 항공사령부 장병 추도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묵념, 조총, 영현 운구 순으로 진행됐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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