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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내달 1일 결선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됐다. 그간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바이기에 2차 투표는 예정됐던 것이나 다름없다. 친유럽연합(EU) 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때 집권 여당이란 행정수반인 도날드 투스크 총리가 소속된 시민플랫폼(PO)이다. 국가원수로서 군통수권·외교권·법안거부권·사면권 등이 부여된 대통령은 연임(10년)을 마치고 퇴임을 앞둔 안제이 두다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조에 가까운 자국 중심주의 ‘법과정의당’(PiS) 소속이다.
투표 당일 영국 매체 가디언 등이 보도한 폴란드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PO 후보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 31.1%, 보수 역사학자이자 PiS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42) 후보 29.1% 득표가 예측됐다. 모두 예상 범위 내 수치들이다. 특히 3위인 자유독립연맹(KWiN)의 스와보미르 멘트젠(38) 후보 약 15％ 득표율은 결선에서 PiS의 나브로츠키에게 몰릴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국내외 주류 언론에서 KWiN를 ‘극우(성향)’로 부르지만 전 세계 레가시미디어의 전반적 좌편향 관점에서 붙여진 수식어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지 매체들 역시 KWiN 후보인 멘트젠 지지세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결선투표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본다. 멘트젠은 대(對)EU 관계, 우크라이나 지원 등 핵심 이슈에서 나브로츠키 후보와 대부분 겹친다. 이번 폴란드 대선은 EU 밀착을 추진해 온 여당과 ‘폴란드 국익 우선’을 내세운 PiS의 맞대결인 셈이다. PiS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한 기조라는 점에서 친EU vs 친트럼프로 봐도 무방하다. 2023년 투스크 정부 등장 이래 폴란드 내 이런 경향의 격돌이 한층 뚜렷해졌다.
박빙이던 트샤스코프스키의 우세가 1차 투표에서 며칠 전 여론조사 때보다 더 줄어들었다. 결선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공영 TVP방송이 이날 발표한 결선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트샤스코프스키가 46%로 나브로츠키(44%) 후보를 약간 앞서고 있긴 하나, 1차 투표 이후 남동부 산도미에르츠를 찾은 트샤스코프스키 유세 발언엔 초조감이 읽힌다. 그는 “(1차 투표 결과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강하고 단호해야 할지 말해 준다”며 “변화 속도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인 낙태금지법의 완화, 더 많은 주택 건설과 사법 개혁 등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공약을 강조한 것에 비해, 나브로츠키 후보는 다른 우파 후보들의 지지층(출구조사 기준 합계 21.1%) 흡수 전략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의 성공 여부에 승패가 달려 있다. 나브로츠키는 북부 그단스크 유세에서 “폴란드를 구해야 할 때”라며 “강한 주권국, 부유하고 안전한 폴란드 만들기”를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적극 협력해 안보 강화하겠다는 것도 그의 주요 공약이다.
연립정부 주도 세력인 6개 정당 연대체 시민연합(KO) 내 최대 정당인 PO를 투스크 총리가 이끌고 있으며 트샤스코프스키는 여기서 낸 후보다. 전직 유럽의회 의원이자 2018년부터 바르샤바 시장인 그는 낙태권 보장과 성소수자 인권 보호 등을 내세워 왔다. 친EU파인 트샤스코프스키에겐 이번 선거가 “서방 자유주의와 동유럽식 민족주의 사이의 선택”으로 규정된다. 다만 여기서 자유주의란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와 구분해야 마땅하다. 이에 반해 나브로츠키는 폴란드 헌법이 유럽법에 우선한다며 난민협정 탈퇴를 주장한다.
친EU 노선을 추구해 온 투스크 정부의 행보에 이번 대선이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투스크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SNS에서 “앞으로 2주가 폴란드의 미래를 결정할 것”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말라”고 목소리 높였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이래 미국의 지원 약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투스크 정부는 프랑스·독일 등 EU 핵심국과 협력해 키이우 지원 지속하고자 노력해 왔다. 유럽 내 폴란드의 위상 강화를 외치는 트샤스코프스키 또한 이 방향의 열렬한 주창자다.
반면 나브로츠키에게 가장 중요한 우방은 트럼프의 미국이다. 이번 대선 기간 중 트럼프를 만난 유일한 후보이기도 하다. 그의 공약엔 헝가리 등 반EU 성향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한 유럽통합 저지가 들어 있다. 유럽통합 이상과 동떨어진 비참한 현실이 초래된 가운데 반EU의 자국중심주의는 위기 의식을 공유한다. 지난 30여년 다양·포용·평등 가치 실현 속에 서민·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전통적 가치가 무분별하게 와해됐고 소수 친EU 엘리트들에게 부·명예가 독점됐다는 인식이다. 트럼프의 주장과 통한다.
한편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이끈 전형적인 친EU 전직 대통령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1995~2005 재임)는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폴란드가 유럽 민주주의 편에 설지, 유럽의 문제아가 될지 결정날 싸움”으로 표현했다. ‘유럽의 문제아’란 EU 주류의 피씨주의 내지 글로벌리즘과 거리를 두고 EU집행부와 충돌하는 존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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