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총격으로 본 미국 정치와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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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후퇴는 공통이나 국익 사수 면에선 딴판
저질·오합지졸의 한국 정치판에 국익과 미래는 없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18 06:31:30

흔히 미국 대통령을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한다. 그만큼 패권국인 미국 대통령의 지위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시선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大選)에 모이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각국의 이해득실에 큰 차이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현상과는 달리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 후보가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밀린다는 판세 분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때마침 터진 트럼프 기습 총격 테러 실패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여 줄 것이라는 긍정 여론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다. 반면 반대편에 있는 바이든 캠프엔 설상가상으로 패배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판세 예측대로 트럼프가 무난히 승자가 되리라는 예측이 그대로 사실로 굳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이긴 해도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내외 평가가 사뭇 다르다. 미국 내부 여론을 보면 바이든보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계속 우위를 보인다. 경제만 놓고 보면 평가가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바이든의 잇따른 실수에 따른 고령 핸디캡이 결정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밖, 해외의 여론은 대체로 트럼프보다 바이든 쪽에 우호적이다. 변화에 대한 우려에 더해 미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지형에 적지 않은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일수록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이며, 상대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은 트럼프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냉정하게 미국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사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둘 다 크게 차이가 없다.

다행스럽게 총격 테러가 미수로 끝나며 트럼프가 경상을 입는 정도에 그치긴 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에 대한 혐오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은 필연이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 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 진영을 가르는 부정적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극단주의(Extremism)’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가 스트롱맨이 집권해 강권 통치를 하는 국가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점이 꼬리를 문다. 지구촌 대부분 나라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치의 파행과 후퇴는 경제적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기류에 편승한 자본의 세계화가 원인을 제공했다. 경제적 파이는 커졌지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경제적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국가 간의 부의 편중도 확대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큰 정치적 이슈는 이민 문제다. 극우주의나 민족(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유다. 무분별한 이민이 자국의 일자리를 뺏고 경제적 불평등을 더 키운다고 아우성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참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트럼프가 반(反)이민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여론도 엇갈린다. 이민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기득권과 대조적으로 저소득층·저학력자·지방 거주자 등은 이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제적 이익이 침해받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국가 이익보다 진영 이익에 집착하면서 포퓰리즘식 공약 개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경험하고 있는 우파 극단주의보다 좌파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화로 가장 크게 득을 본 국가에 속하지만, 경제적 격차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줄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갈등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스라엘과 멕시코에 이어 3위다. 자연스럽게 좌파 포퓰리즘이 먹혀들어 가면서 선거판에서 좌우가 승패를 나눠 가진다. 우와 좌, 진영 간의 세 대결이 팽팽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걸림돌이 있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소득주도 성장을 간판으로 내걸면서 갖은 포퓰리즘을 남발한 지난 정권에서 소득 격차가 더 확대되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된 교훈이다.

트럼프 대세론이 파죽지세다. 총격 후 성조기 아래서 “싸우자”고 외치는 장면을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찍어 역사를 바꿀 영웅적 사진으로 묘사,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왜 이런 사건이 터졌는지에 대한 근본적 접근보다 뭉쳐서 트럼프를 당선시키자는 미국 보수 대통합의 목소리가 거세다.

트럼프 2기가 훨씬 위협적일 것이란 경고음이 요란하다. 최근 급증하는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도 한국을 새로운 미 정부의 과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 같다. 반도체나 2차 전지 등 미국에 투자해 놓은 것도 거슬린다. 분노와 증오의 그림자가 진하지만 미국 정치판은 국익을 놓치지 않는다. 선거판이 바뀔 조짐도 보인다. 반대로 한국 정치판에선 국익이 실종되고 저질에 오합지졸의 꼴불견이 그치지 않는다. 가장 한심한 것은 한국 정치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