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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민주당 검수완박 꼼수정치 심판하자
野가 말하는 ‘문재인·이재명’ 구하기가 더 설득력
무기력한 檢 대신 최대 피해자인 국민이 심판해야
안호원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23 11:43:49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임교수
“대저 명령은 등불이요, 법은 빛이요, 훈계의 책망은 곧 생명의 길이라.” <잠언 6 : 23>
 
더불어민주당이 자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 입장’을 내자 민형배 법사위원을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으로 둔갑시킨 ‘위장 탈당’을 발판 삼아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시도했다. 그런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여야가 받아들이면서 중재안이 통과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여야가 수용한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고, 현재 검찰 수사 범위인 ‘6대 범죄’ 중 공직자 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 범죄·대형 참사를 삭제하며, 나머지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권한도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이 설치되면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이 안은 기존 민주당에서 제시한 안(案)과 거의 똑같다. 날짜와 시간만 약간 연장되었을 뿐, 이미 사망선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여야가 받아들인 중재안은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벌어질 정치권 수사를 막으려는 법안으로, 특별히 달라진 내용이 하나도 없다.
 
결과적으로 ‘범죄자는 도망가고, 피해는 그대로 남아 결국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는다’는 것이 검찰에서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검수완박이 ‘위헌’이라며 그렇게 반대를 하던 국민의힘이 왜 그리 쉽게 수용했는가 하는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앞으로 있을 청문회를 잘 해보려고 비위를 맞췄다는 설도 나왔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민주당이 관련 개정안을 4월 내에 통과시키기 위해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지금 아니면 개정이 어렵고 모두가 죽는다”고 몸부림을 치는데,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그토록 중요했다면 왜 진작 서두르지 않았는지, 그리고 ‘또는 경찰관’ 같은 엉터리 법률을 날치기로 통과시킬 계획을 짜기에 앞서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는지다.
 
국민을 우습게보고 그런 시도를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법 개정 정도가 아니라 촛불로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이 있는 국민들이 내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일까. 뻔뻔할 정도로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이다. 그보다는 국민에게 내놓고 떳떳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음험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의 동의를 얻어 제출한 소위 검수완박 개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214조 2의 2항)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 주체에서 검사를 빼고 그 자리를 사법경찰관으로 대체하거나, 검사와 경찰 중 경찰만 남기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4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삼은 민주당은 앞으로도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한 ‘꼼수 퍼레이드’를 노출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강제 종료시킬 계획도 준비했다. 무제한 토론을 끝낼 수 있는 180석을 채우지 못할 경우 국회 회기를 짧게 쪼개 토론이 끝나면 곧바로 법안이 상정되도록 하는 ‘살라미 전술’을 동원하는 것까지 구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 역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찬성하지만,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이 자승자박이란 사실은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을 두고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은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응천 비대위원은 C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무리수다. 국민의 시선이 두렵기만 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 의원도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당 독주를 비판하는 사람 중에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도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검찰 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천 전 장관은 이번 검수완박 추진과 관련, “굉장한 졸속”이라고 평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는 극히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없애는 조항에 대해 “수사권이 공백이 되거나 무정부 상태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허용하는 방안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만들었지 않은가. 그런 합의안을 스스로 무시한 채 경찰에 모든 권한을 다시 부여하는 입법 폭주가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각성해야 한다.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당내 신중론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처음회 등) 의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을 동원해 현 여권에 대한 보복성 수사를 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수완박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하지 못하면 ‘문재인정부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나왔다는 폭로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고소 고발이 이뤄진 사안이나 불법 혐의가 뚜렷한 사안조차 수사기관이 무조건 눈을 감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범죄자를 수사하는 것을 보복 수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이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무리한 정치 보복성 수사가 이뤄지는지는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문 정권이 ‘적폐청산’을 내세워 저지른 정치보복성 수사는 다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기 패거리 보호를 위해 99.9%를 차지하는 애먼 민생사건까지 수사를 못하게 만든다는 발상에 기가 차다. 민주당이 마련한 개정안을 보면 한마디로 졸속 법안이다. 수많은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임에도 정교하게 만들 의지나 성의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검사가 수사를 못 하게만 하면 된다는 사고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러니 개정안이 온통 모순투성이다. 특히 뇌물과 공무원 비리 등 굵직한 수사를 손도 못 대게 만들었다. 검찰 수사권이 완전하게 박탈되면 그때부터 보통사람들은 경찰에서 못다 한 말을 검찰에 할 수도 없고, 검찰청에 고소장도 못 내게 된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을, 국민을 만나 생생하고 절절한 말을 들을 수 없게 된다. 피의자의 말 한마디도 못 듣고 경찰 기록만 놓고 판단해야 한다.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있기에 이렇게도 급히 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세간에는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행여나 검찰이 전 정권 비리 수사를 하는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지금 하던 수사도 중단하고 4달 안에 경찰에 넘기도록 했다. 그 기간에 중대범죄수사청 같은 대체 기관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 현 여당의 주장이다. 만약 그 때까지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나. 자칫 일부 범죄의 공소시효가 끝날 가능성은 안중에도 없다. 성의 없이 급조된 법안의 후유증은 평범한 시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법률에서 중요한 위반 사항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한 조항들이 모두 공중 분해되어 사라진다. 공정위가 가격 담함을 적발해도, 증선위가 심각한 주가조작을 적발하더라도 고발할 기관이 없어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관련법도 언젠가는 바뀌겠지만 그 사이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수사가 증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몇 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수정 입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들 진흙탕 싸움에 국민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검찰이 이렇게 ‘충견’ 노릇을 하며 약세를 보인 적이 있었는가. 19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 뜨던 그 기개는 찾아볼 수 없다.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행색이 초라하기만 하다.
 
문득 민주당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검찰공화국’ 대신 ‘경찰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떠난 자리를 경찰이 독차지하고 무소불위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 수집권에다 수사권마저 독차지하는데, 견제장치는 없다. 경찰은 자신을 하지만, 필자로서는 솔직히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갈 경찰이 펼칠 과잉수사와 부실수사의 앞날에 걱정이 앞선다. 특히 권한을 독점한 경찰을 통제할 길이 없어진다. 피의자가 설령 억울하게 구속됐는데도 검찰이 기소하기 전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검사는 풀어줄 수 없다. 경찰이 재수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경찰이 거꾸로 불구속 피의자를 가둬야 할 필요가 생겨도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한 구속할 수 없다. 경찰이 작성한 조서가 잘못되었더라도 검사가 수정할 수 없다. 수정하기 위한 조사도 수사인 만큼 경찰만 할 수 있게 된다. 서류가 오가는 동안 사건은 한정 없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사가 부검으로 사인을 밝혀낸 박종철군 치사사건, 여야 정치자금의 실체를 드러낸 대선자금 사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단서를 찾아낸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수사는 다시 보기 어렵게 된다. 이제는 누가 그런 경찰의 가혹행위를 밝힐 수 있겠는가.
 
짚고 넘어갈 것은 경찰 구조다. 검찰과 달리 말단 순경부터 경찰청장까지 11단계로 나눠진 경찰의 계급구조는 승진과 인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퇴직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검사의 경우 마음에 안 맞으면 사표를 던지고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제 때 승진하지 못하면 계급 정년에 묶여 옷을 벗어야하는 경찰 생리상 인사권을 가진 지휘부와 이에 개입하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애완견’이 될 수밖에 없다. 서두르는 바람에 일을 그르친 형국이 되어버렸다.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는 물론 2024년 총선까지 국회를 지배하는 거대 정당이 밟을 수순이 아닌 것 같다. 이른바 ‘추-윤’ 갈등이 검찰총장 징계 사태로 정점에 이르던 지난해 초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급기야 일을 저질렀다. ‘검수완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감히 우리 말을 거역하느냐”는 불쾌감과 보복심리가 섞여있었던 것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검수완박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 1년 뒤 검경수사권 조정의 여파로 수사 현장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 판국에 다시 검수완박 입법에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 그 사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대선에서 졌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대대적 사정 태풍이 예상된다는 것 외에 없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야당이 말하는 대로 ‘문재인·이재명’ 구하기가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권력층 ‘수사복지보장법’은 덤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검수완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에는 강성 지지자 그룹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의총 등에서 혹 반대 발언이라도 하면 명단이 유출되어 무참하게 문자폭탄을 받게 된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등 모두가 검수완박의 법 개정을 반대하며 사표를 냈다.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법제처에서는 위헌 소지, 국민 인권 후퇴, 국제 형사사법 절차 혼돈 초래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윤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당연히 윤 당선인이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법제처에도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했다. 국회에서 법이 만들어지면 다시 정부로 이송되어 법제처가 정합성과 위헌성을 판단한다. 이 때 문제가 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근거로 남을 수 있다. 정당한 권력을 유지하려면 국민의 믿음과 권력의 권위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이 최대 피해자가 될 판이다. 이대로 묵과해서는 안 된다. 심판해야 한다.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요한복음 17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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